[단독]단돈 500원도 카드 결제 거부 못하는 제도 재검토 추진

[단독]단돈 500원도 카드 결제 거부 못하는 제도 재검토 추진

주명호 기자, 김태현 기자
2018.03.08 04:41

카드업계 "영세가맹점 수수료 부담 근본 원인은 의무수납제"…연구용역 선정작업 착수

1000원 미만의 소액이라도 신용카드 결제를 무조건 받도록 하는 카드 의무수납제에 대해 카드업계가 적정성 검토에 나선다. 자영업자 부담 경감을 위해 카드 수수료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온 의무수납제를 재검토해보자는 취지다. 영세 자영업자는 소액 결제가 많아 의무수납제의 최대 피해자로 지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의무수납제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체제 전반을 검토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업계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연구범위와 예산 등을 확정한 후 용역 연구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으로는 연구기관을 선정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무수납제는 1987년 여전법의 전신인 신용카드업법 제정 당시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세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같은 정책 취지는 충분히 달성됐지만 이 과정에서 편의점과 약국 등을 비롯한 소액결제가 많은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2007년 영세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 제도를 신설하고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당초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이었던 영세 가맹점 범위는 2010년 9600만원, 2011년 1억2000만원, 2012년 2억원 미만에서 지난해에는 3억원 이하로까지 확대됐다. 영세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역시 도입 당시 2.3%에서 현재 0.8%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이같은 우대 수수료 정책이 카드사들의 부담만 키울 뿐 정작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의무수납제의 적정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의 손익분기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인하된 만큼 인위적인 수수료 조정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수수료 책정에 개입하게 된 근본 원인인 의무수납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액결제 비중이 큰 영세 가맹점들 사이에서도 의무수납제 재검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것보다 의무수납제를 없애고 현금과 신용카드간 가격 차별을 허용해 가맹점들의 가격 협상력을 키워달라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액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도 의무수납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의무수납제 존치 여부는 물론 우대 수수료 제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우대 수수료를 조정하는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의무수납제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우대 수수료 제도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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