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DSR 시행 그렇게 급했나

[우보세]DSR 시행 그렇게 급했나

이학렬 기자
2018.10.31 16:13

31일부터 은행권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지표가 도입됐다. 지난 2월부터 시범 운영됐던 만큼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고DSR 관리기준은 매월 점검하고 분기 단위로 목표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3분기 마지막날에 DSR을 시행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대출시장에서 혼란은 컸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보증금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추가로 받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전세대출은 DSR을 계산할 때 원금은 빼고 이자만 부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부터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는 원금을 4년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가정해 원금과 이자가 함께 포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담보대출은 고DSR 대출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은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DSR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은행에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개 소득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날부터 은행들은 예·적금담보대출에 대해서도 DSR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증빙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내 돈을 담보로 돈을 잠깐 빌리는 것인데 소득증빙 서류를 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이에 일부는 정부 정책을 탓하며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지 않고 아예 예·적금을 해지했다.

이같은 혼란은 지난 18일 금융당국이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시장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발표를 보고 DSR 산정방식이 바뀐 걸 파악한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문제점을 제기할 생각조차 못했다. 당장 31일부터 제도를 시행하려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였고 전산 개발도 시급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경된 제도 시행 방안이 행장 결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웠다"며 "일단 시행하고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금융당국에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부채 산정방식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대출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늘어나는 대출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적금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하면 예·적금담보대출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세보증금담보대출도 대부분 고DSR 대출로 분류되면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막연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급격히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금융당국의 모습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0월말 시행이라는 시간에 쫓겨 책상에 앉아 방안을 마련하다 보니 대출 실수요자의 불편은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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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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