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흔들리는 금융, "제발 이 법만은..."

개인채무자가 연체했을 때 원금 전체가 아닌 연체한 부분에만 연체 이자를 무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야가 주요 내용을 합의한 상태다. 14년간 국회에서 표류하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합의점에 도달 중이다.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민생법안으로 꼽힌다.
3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법안 중 개인금융채권 관리 및 개인채무보호법 제정안(이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여야가 개인채무자 보호법을 처리하기로 뜻은 모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개인채무자 보호법은 대출을 연체한 개인채무자에게 과도한 연체 이자가 부과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금융권은 채무의 일부가 연체돼도 원금 전체가 연체된 것으로 보고 원금 전체에 연체가산이자를 부과 중이다.
예컨대 1000만원의 대출을 열 번에 나눠 상환하기로 했는데, 첫 100만원이 연체돼도 전체 원금(1000만원)에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원금 전체에 가산이자가 붙어 오히려 상환 의지를 떨어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연체(상환일 도래)한 부분에만 연체가산이자 부과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여야는 큰 틀에서 합의한 상태다. 쟁점이 됐던 법안 적용금액은 대출금 5000만원 선에서 우선 시작하고, 상황을 보아가며 금액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3000만원 내에서 새 제도를 적용하자고 처음 제시했으나 금액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적용 한도를 너무 높이면 금융사의 이자 수입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은 적용금액을 5000만원으로 할 경우 전체 금융회사의 수입이 1528억원 줄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이후 14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을 받는 과정을 전산화해 간편하게 청구하는 게 주요 골자다.
지난달 25일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주요 내용은 합의했지만 전산화 과정에서 정보 중계를 어느 기관에서 하느냐가 발목을 잡고 있다. 중계 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거론됐으나 진료 내역을 모두 심평원에서 들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심했다. 여야는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전산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보험업계가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없다"며 "금융소비자 편의 등을 위해서라도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이외 금융안정계정 도입 내용을 다루는 예금자보호법은 정무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가 부실 우려가 있을 때 선제적으로 예금보험공사에서 유동성 공급(채무보증·대출)이나 자본확충(우선주 매입 등)을 통해 지원하고, 이후 약정 기간에 내에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현재 예보는 부실 금융사로 지정된 금융사에만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자금을 통해 금융사와 전체 금융시스템이 부실로 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로 금융안정계정을 생각하고 있다. 수익자 부담과 전액 회수 등의 원칙에 따라 재정 부담 없이 운영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국회에서 예금자보호한도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가지를 분리해서 논의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며 "예금자보호한도는 부실 발생 후에 쓰는 경우가 많고, 금안계정은 부실을 앞서 방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