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초강력 부동산 정책 VS 시장 자율에 맡긴 느슨한 대출 정책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후폭풍이 거셌던 지난달 19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3구를 비롯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값이 단기간 수 억원씩 뛰기 시작한다. 주택거래량은 3배 폭증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안정세를 찾았던 가계부채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촌각을 다투며 대책을 쏟아 내야 하는 타이밍에 서울시·국토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과 금융위가 내놓은 대출 정책은 비현실적으로 온도차가 컸다.
부동산 정책은 역대급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6개월 한시지만 과거 어느 정부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초강력'이었다. 잠삼대청을 포함한 강남 3구와 용산구까지 토허제 구역으로 묶었다. '잠삼대청 재지정'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도 뛰어 넘는다.
'토허제'는 원래 신도시 개발이나 도로 개발을 할 때 인근 땅값 급등을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쓰였던 정책이다. 그런데 서울 한 복판 주택 거래에 편법적으로 쓰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도입하려다 불발된 '주택거래허가제' 성격이 짙기 때문에 2020년 '잠삼대청' 첫 지정 당시에도 논란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추세"라고 오판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급하게 해제하면서 되레 역풍이 불어닥친다. 그 결과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부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반대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는 역대급으로 수위가 낮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감안해봐도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다. "15억원 아파트 주담대 금지"(2019년 말 대출규제) 같은 초강력 대책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금융위는 갭투자(전세낀 매매)와 다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한다고 했으나 어디까지나 "은행 자율관리"로 맡겼다. 지역별로 세분화해 주담대 신청이 얼마 들어오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게 대책의 전부였다.
일만 터졌다 하면 '규제 강화' 카드부터 꺼냈던 금융위가 달라졌다. 대출 정책이 고차원으로 진화했다. 시세 얼마 이상 주택에 대해 일괄적으로 주담대를 금지한다거나 지역별로 LTV(담보인정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손쉽게 조정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대신 금융회사별로 월간, 분기별,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연초부터 설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라면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
'자율'이기에 똑같은 강남3구의 다주택자라도 어느 은행에서는 대출이 되고 어느 은행은 안된다. 연소득이 많은 소비자에 더 많은 대출을 하기보다 자금 사정이 딱한 고객에 더 먼저 대출을 내주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에 맡겨놨지만 은행들은 대출을 펑펑 내주지 않는다. 연말에 대출 총량을 지키지 못했을때 받을 패널티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간 총량을 넘겨 대출한 은행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꼭 옛날식 초강력 정책이 아니어도 가계부채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