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허백 SBI저축은행 준법감시실장...SBI저축은행, 업계 선도적으로 '책무구조도' 작성 추진

SBI저축은행이 책무구조도 작성과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업계서 처음이다. 그간 저축은행 업계는 기본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1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SBI저축은행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계기로 업계의 실질적인 내부통제 시스템까지 선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허백 SBI저축은행 준법감시실장(상무)은 "책무구조도 도입 컨설팅을 진행할 업체의 우선 협상 대상자까지 선정했다"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책무구조도 도입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허 상무는 SBI홀딩스가 SBI저축은행의 전신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했던 2013년 입사했다. 2020년까지 전략기획부서에서 법무 업무를 했다. 2020년부터 준법감시실을 맡았으며 회사 내부통제와 AML(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이 수행해야 할 내부통제 책무를 명시한 문서다. 책무구조도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금융사고 발생 시 관련 책무를 담당한 임원이 제재받는다.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도 피해 갈 수 없기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도 불린다. 자산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은 내년 7월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의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리딩 저축은행인 만큼 책무구조도 도입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추진하게 됐다. 그룹 차원에서 준비할 수 있었던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SBI저축은행이 책무구조도 도입에서 가장 앞섰다.
허 상무는 "처음 책무구조도 제도를 들었을 땐 '또 하나의 시어머니 같은 제도가 들어오는구나' 생각했다"면서도 "책무구조도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걸 잘 이용하면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은 단순히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데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책무구조도 작성과 동시에 저축은행 업계에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이번 사업의 최종 목표다.
허 상무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하나의 출발점"이라며 "임원이 맡은 책무를 어떻게 회사 내부통제 관리 활동으로 연결할지, 전체적인 내부통제 관리 활동이 이뤄지게 어떻게 시스템을 구성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등 1금융권과 달리 저축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놓은 곳이 없다"며 "아직도 저축은행 업계는 금융사고와 같은 이벤트가 발생하면 수기로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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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은행은 궁극적으로 회사의 내부통제 활동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임원의 내부통제 활동을 대표이사가 모니터링하고, 제대로 못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곧바로 피드백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허 상무는 "2차 구축 사업에는 전산 업체도 들어와 따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며 "내부통제 점검 활동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의 선제적인 책무구조도 준비는 김문석 대표이사 사장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상무는 "김 사장님은 임원회의 때마다 책무구조도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한다"며 "3번째로 모시는 사장님인데 지금까지 사장님들 중에서 내부통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신다"고 덧붙였다.
허 상무는 다른 저축은행도 책무구조도 도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 상위권에 속하는 저축은행도 중앙회가 마련하는 책무구조도 표준안만 기다리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에서야 다른 저축은행에서 '어디까지 진행했느냐'고 전화가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에서 금융당국의 지원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영국에선 대형 금융사가 아닌 중소형사 위주로 제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상무는 "우리나라도 가장 취약한 곳이 중소형 금융사이고, 제재도 그곳에서 많이 나올 것"이라며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금융당국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자체적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게다가 허 상무가 있는 준법감시실은 최근 AML 시스템을 갈아엎는 수준으로 대폭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허 상무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1금융권과 유사한 정도 수준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도입·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