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에서 분리·독립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 설립 첫해부터 수천억원의 빚을 안고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전산 비용만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설립 첫해 금융회사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금소원 분리로 인해 금융회사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감독분담금을 추가로 더 내야 할 처지다.
1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감독체계개편에 따라 금소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분리하려면 전산 구축에만 4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는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감원 안에 있기 때문에 같은 전산 서버를 쓰고 있지만 별도 조직이 되면 새롭게 전산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전산 프로그램도 다시 구매해야 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자료 요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CPC도 새로 깔아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의 모든 업무는 전자문서로 이뤄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큰 돈'이 투입돼야 하지만 여당이 발의한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같은 전산구축 비용은 모두 금소원이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는 금소원 설립 준비를 위한 설립위원을 위촉해 설립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준비를 한다. 이 때 발생하는 설립비용은 모두 금소원이 부담하도록 했다.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신설되는 금소원은 가진 자금이 없어 금융위 승인을 받아 금감원과 금융회사로부터 필요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
금소원 인원이 약 600~700명으로 꾸려 진다면 연간 예산은 인건비·임대료 등을 포함해 2000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같은 조직일 때는 건물주인 금감원에 임차료를 내지 않았지만 별도 조직이 되면 보유 건물이 없어 추가로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임차료를 부담해야 한다.

설립비용만 최소 4000억원 이상 나가고,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함에도 금소원은 설립 초기 이렇다할 수입원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소원의 예산은 금감원과 비슷하게 금융회사가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감독분담금은 금융회사에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후불 수수료'다. 설립 직전해 감독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금소원은 금융회사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을 근거가 없다. 재정이나 금감원의 지원 없이는 첫해 예산도 결국 차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의 부담도 늘어난다. 금융회사는 올해 금감원에 3300억원의 감독분담금을 냈다. 이는 금감원 연간 예산 4489억원의 80%를 웃도는 규모다. 금융회사는 2027년부터 금소원에도 2000억원 전후의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를 받아야할 기관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분담금까지 가중되면 금융회사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같은 건물을 쓰는 같은 조직이면 쓰지 않아도 될 전산 비용이나 임차료 등이 나가는 것은 감독체계개편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향후 금감원과 금소원 간 인사 교류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에서는 필요한 경우 직원 간에 인사 교류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2400명에 달하는 금감원 직원의 대부분은 금감원에 남길 희망한다. 금소원이 인력 확보를 위해 개정법에서 '인사 교류' 장치를 둔 것이다. 다만 '인사 교류'의 의미가 파견을 했다 복귀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아예 소속을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인지 명확치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