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SR 여유 충분한데 "신용대출부터 갚으라" 실수요자 '전전긍긍'

[단독]DSR 여유 충분한데 "신용대출부터 갚으라" 실수요자 '전전긍긍'

이병권 기자
2025.12.02 06:30

오현욱씨(가명)와 A은행 대출상담사 대화 재구성/그래픽=이지혜
오현욱씨(가명)와 A은행 대출상담사 대화 재구성/그래픽=이지혜

#30대 직장인 오현욱씨(가명)는 지난 10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 매수를 결정하고 A은행 대출상담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신청했다. 오씨가 대출을 받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기존에 보유한 신용대출을 포함해도 31% 수준으로 넉넉했다. 그러나 A은행 대출상담사는 신용대출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며 대출을 보류했다. 결국 오씨는 다른 은행을 찾아야만 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서는 상담 당시와 실제 대출 실행 결과가 달라지거나 잔금일이 임박했는데 심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대상이 아닌 실수요자들까지 제때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여러 은행을 전전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씨의 경우 지난 10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도 '10.15 부동산대책' 적용 전에 모두 납입했다.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에 다주택자도 아니고 대출금액 역시 2억원 수준이라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담대를 받더라도 DSR이 기준치인 40%보다 한참 낮은 30.6%였다.

그럼에도 A은행 대출상담사는 오씨가 보유한 신용대출 약 5000만원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상담사는 "해당 신용대출이 주택 매수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심사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하지만 오씨는 신용대출을 생활·리모델링 용도로만 쓸 생각이었다. 오씨는 용처 증빙을 제출할 의사도 밝혔으나 A은행은 '상환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가 되지 않은 오씨는 결국 다른 은행에 동일한 서류를 제출했고, 문제없이 대출 승인을 받아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

A은행 관계자는 "상담 단계에서는 되도록이면 심사부서까지 넘겨서 최종 판단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연말이 가까워지고 총량 관리가 강화되다보니 상담사 선에서 지점과 논의해 보수적으로 대출 여부를 자체 판단하는 케이스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단순히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도 있으나 지점이나 상담사마다의 해석 차이로 인해 동일 조건이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상담 당시보다 실제 실행액이 낮게 나오거나 대출 심사 속도가 늦어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나 부동산 인터넷카페 등에는 "상담 때 가능하다고 했던 금액보다 실제 실행액이 줄었다" "잔금일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심사가 늦어지고 있어서 초조하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출 금리를 높게 두면서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밀어낸다는 논란도 있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 평균은 지난 6월 4.018%에서 지난달 4.226%로 올랐다. 이 기간 SC제일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0.53%포인트(P)나 급등했다.

내년에 대출을 실행하고자 하는 수요자에게도 "12월 중순은 돼야 윤곽이 나온다"며 보수적으로 안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방향 속에 내년 주담대 총량이 더 줄어들고 심사 기준은 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대출절벽' 체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