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부금융협회 제16회 소비자금융 콘퍼런스 개최
경직된 최고금리, 금융 문턱 높여… 유연한 '연동형' 도입 필요성
대부업 조달비용 낮출 은행 차입, '유명무실' 지적도

서민·저신용자가 대출에서 밀려난 원인으로 경직된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지목된다. 2021년 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진 이후 저신용자 대출은 3년 새 35% 감소했다. 특히 제도권 금융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대부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불법사금융 유입도 많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대부금융협회 소비자금융 콘퍼런스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계속 인하하면서 예전엔 거래가 가능했던 6등급 이하의 금융 거래 확률이 낮아졌다"며 "거래 가능 등급 수준이 5등급 정도로 올라오면서 전체적으로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은 나빠졌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저신용자 금융 공급액은 2021년 5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7000억원으로 35% 감소했다. 전체 대출에서 저신용자 신용공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1.1%에서 23.9%로 7.2%P(포인트) 낮아졌다.
대부업권이 저신용자가 사금융으로 빠지기 직전, 마지막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연 20% 최고금리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값으로 운영돼 원가(조달·대손비용 등)에도 못 미치는 역마진 영업구조가 고착화돼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부업권 신용대출 금리 원가는 연 22.2~23.1%로 분석된다.
대부업의 기능이 약화하면서 생계형 긴급 자금이 필요한 금융취약층은 불법 사채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민금융연구원이 2022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금용 대출 거절자 중 50%는 '사금융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중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 수는 3만9000명~7만1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취약층을 포용하기 위한 대부업권 활성화 방안으로는 △최고금리 제도 개선 △부정적 이미지 완화 △은행권 차입 확대 등이 언급됐다.
우선 현행 경직된 최고금리 제도를 시장 금리와 연동하도록 바꾸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여신금융기관 최고이자율을 고정값으로 설정하고, 등록 대부업자 최고이자율은 이에 연동해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가산금리를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단기 급전 수요에는 최고금리 초과를 허용하는 '한국판 페이데이론'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선 500달러 미만, 2~4주 단기로 빌리는 대출에 연 400% 이율을 적용하는 페이데이론이 활성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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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고려하면 최고금리 제도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정책서민 금융상품의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등 단순히 최고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상품의 금리 수준까지 논의하는 이 분위기가 앞서 제시된 방안들을 실험하는 데 많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수대부업자에 허용된 은행권 차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덕주 골든캐피탈대부 대표는 "제도적으론 대부업계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길은 열어놨지만, 현실적으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곳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은행 차입의 문을 두드리면 서류에서 컷오프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이 위축되면 당국의 민간 시장 개입이 늘면서 관치금융이 강화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특강을 맡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좋은 우량 고객을 다 쓸어 담고, 그 외 고객은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이 거둬들인다"며 "시장에서 버려진 나머지 고객을 대부업권이 받아주지 못하면 포용금융 취지에 반하는 결과일 뿐 아니라 정책대출 수요를 높이면서 정부가 시장의 역할을 빼앗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