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연임도 못할 금융지주 회장 뽑는건 정상인가

[우보세]연임도 못할 금융지주 회장 뽑는건 정상인가

권화순 기자
2026.01.30 05:1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차기 회장 선임 앞둔 금융지주/그래픽=김다나
차기 회장 선임 앞둔 금융지주/그래픽=김다나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비판 이후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수술대에 올랐다. "가만히 놔뒀더니 은행장, 회장 돌아가며 10년~20년 해먹는다"(이 대통령)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논의가 '장기 연임' 프레임에 갖히면 곤란하다. 반대로 회장이 3년마다 교체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이사회가 장기 성과를 낼 인물이 아닌, 3년만에 물러날 회장을 뽑았다면 책임지고 동반사퇴해야 할 사안 아닐까. 그런 금융지주야 말로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떤 지배구조가 훌륭한지는 사실 정답이 없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차기 CEO를 선임할 때 현직 CEO 연임 여부부터 판단한다고 한다. 우수한 경영 성과, 위기관리 능력이 입증된 CEO는 별도의 공모절차 없이 연임을 한다. 굳이 내·외부 인사들을 들러리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라면?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KT가 이런식으로 사장 연임을 결정했다가 정권 교체기(2023년) 철퇴를 맞았다.

성과가 뛰어난 CEO의 연임은 도리어 장려해야 한다. 계열사 임원·CEO를 거쳐 능력을 검증 받고 경영승계프로그램을 통해 훈련 받은 특출한 인재라면, 장기 연임이 왜 문제인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로 칭찬한 JP모건은 제이미 다이먼 CEO가 20년 장기연임 중이다. 금융권에선 "장기 연임 자체가 문제라면, 다양성이 중요한 국회의원부터 연임 제한해야 한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의 포커스는 CEO를 뽑기 위한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냐에 맞춰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주총회에서 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려는 방향은 바람직해 보인다. 주주의 대리인인 이사회를 못 믿겠다면 주주의 권한을 키워야 한다. 시장과 주주의 냉정한 평가를 받자는 취지다.

훌륭한 리더로 평가 받은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주들의 지지도 압도적이었다. 지방 금융지주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며 주가를 끌어 올린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3연임 주총에서 98%의 동의를 받았다. KB금융을 '리딩뱅크' 반열에 올린 윤종규 전 회장의 3연임 찬성률은 무려 99%였다. 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회장들은 50%대를 겨우 넘겼다.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기계적인 찬성이 없었다면 과반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생각보다 주주의 평가는 냉정하다.

사외이사 3년 단임제도 좋은 선택지다. 1년 마다 연임을 하려면 경영진 눈치를 봐야하고, 독립성 훼손 여지도 있다.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싶지만 현실에선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꺼린다는 게 문제다. 대형 금융지주조차 사외이사 영입 후보 1순위는커녕 6순위는 가야 '오케이' 받는다. 겸직제한, 거래관계·이해상충 규제가 너무 깐깐해서다. 3년 단임제까지 시행하면 구인란은 더 심각해진다.

이 원장은 교수 일색의 이사회를 비판하며 "미국계 투자은행(IB)은 현장 전문가인 경쟁업체 이사진이 참여한다"고 했다. 금융지주도 현장을 잘 몰라 자료 요구를 쏟아내는 교수보다 업계 CEO 출신을 영입하는 걸 더 원한다. KB금융 이사회에 하나금융 전 CEO나 사외이사가 참여하려면, 경직된 지배구조법부터 풀어야 한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
권화순 금융부 차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