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는 AI 확산과 반도체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주요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도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여 년간 누적된 양극화는 코로나19와 AI 전환을 거치며 더 깊어졌고, 향후 잠재성장률이 1% 초반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극화의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 신산업과 전통 제조업 간의 성장 격차다. 특히 대기업과 신산업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일자리와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철강·화학 등 전통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제조 중소기업의 인력난까지 겹치며 지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비수도권 다수 지역이 소멸 위험에 놓였다는 경고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심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국가 균형성장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초광역 경제권 중심으로 첨단산업 육성과 신기술을 기존 주력 산업에 접목하는 전략이다. 지역 혁신 거점으로 기업의 연구개발과 신산업 투자를 유치하고,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교통·에너지·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를 수도권 수준으로 확충하는 투자도 병행할 계획이다. 산업과 삶의 여건을 동시에 개선해 기업과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의 공동참여로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지역성장엔진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자가 될 것이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총 150조 원을 조성해 40%인 60조 원 이상을 지역 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정부가 선도적으로 위험을 분담해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미 해상풍력 등 지역 기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시작된 것도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 투입만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별 산업 잠재력과 투자 대상을 정교하게 발굴해야 하며, 펀드 운용기관과 지자체·지역 기업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민간 금융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최소화하고, 중복지원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야말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정책금융 수단을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리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지역균형 성장을 이끄는 선도적 투자 플랫폼으로서 국민성장펀드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