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관리 공백으로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모든 사업장 퇴직연금 의무화라는 제도 전환을 앞두고 우리은행은 연금전문가가 기업 현장을 찾아 근로자와 1대1 상담을 진행하는 현장 밀착형 관리에 나섰다. 상담 이후 연금 계좌 수익률이 10~20%대로 개선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은 실제 운용이 근로자 개인에게 맡겨진 구조다. 특히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재직 중 직접 투자처를 골라 관리해야 하지만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자산을 두거나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자산을 대기시켜 사실상 계좌를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에 머물러 은행 이자 수준도 못 되는 걸로 안다"며 "노동자의 중요한 노후 대비 자산인데 버려지다시피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4년 9월부터 운영한 '찾아가는 연금관리 서비스'를 올해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관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본부와 지점의 연금 전문가가 기업에 방문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금 설명과 개별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상담의 핵심은 '상품 설명'이 아니라 '이해도 제고'다. 연금 계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은퇴 시점까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근로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총 316곳 업체를 대상으로 427회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
김수빈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과장은 하루에 많으면 2번씩 기업을 찾는다. 적립금 규모와 관계없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김 과장은 "한국이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에 있다가 퇴직연금과 퇴직금 제도를 병행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드린다"며 "DC형 퇴직연금을 이렇게 관리해야 하는 거구나 배우고 '유레카'를 외치는 반응도 많다"고 말했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50대 이상 직원 중에서는 퇴직연금 제도를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처럼 생각해 아예 투자에 손을 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담을 거쳐 원리금보장형 위주였던 자산을 원리금비보장형으로 전환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 사례도 나타났다.

현장 컨설팅 이후 업종과 기업 규모에 무관하게 연금 운용 성과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제조회사, 운수업체, 게임사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장에서 원리금비보장형 자산 비중이 2024년 10월부터 16~29%포인트(P) 커졌고 누적수익률도 3.55~12.24%P 상승해 최대 9~25%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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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김 과장은 "법정 가입자 교육에 맞춰 연 1회 이상 현장을 찾아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며 "퇴직연금을 한 번 설명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 사업장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현장 서비스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는 지난 6일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퇴직연금 형태 제도가 향후 전 사업장에 자리 잡으면 근로자와 기업 모두 적응기를 맞게 된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관리를 위해 그룹 차원의 역량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퇴직연금 신규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