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금융 지원을 늘리면 집값만 자극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맞붙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학계·전문가들을 초청해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 △청년 대출 규제 △전세대출 규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규제 △가계대출 총량관리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안건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주택 구매 가능성이 갈리면서 세대 내부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개인의 상환 능력보다 부모 등으로부터 자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주택 구매 가능성이 갈려 청년층 내부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며 "6·27 대책 이후 축소된 대출 한도도 일정 부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 대출 규제 완화는 급하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며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금융 지원을 늘리면 집값이 오르고 대출 한도 확대의 이익은 개발업자에게 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층 주거 안정은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니라 특별공급이나 공공임대 확대 같은 공급·재정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집을 산 2030세대의 자금조달 비중 70%가 부모와 조부모에게 받은 돈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을 막느냐"며 "부모·조부모 자산을 활용하는 청년과 실제 지원이 필요한 청년을 구분하지 않으면 또 다른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출은 취약계층과 비투기지역을 중심으로 차등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전세대출은 보증부대출이 대부분인데, 보증부 전세대출은 취약계층에만 지원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서 상무도 "비투기지역의 취약계층 전세자금대출은 늘릴 필요가 있지만 투기지역에 공급하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했다.
김원장 삼프로TV 부사장은 "갭투자 우려가 없는 무주택 서민의 전세대출까지 묶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계층 하단에 있는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대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더라도 실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잘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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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놓고는 공급 촉진과 특혜 논란이 충돌했다. 이 본부장은 "추가 이주비 금리는 연 7% 수준으로 조합원의 금융 부담을 키우고 분양가 인상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주비는 주택사업을 위한 사업비 성격이 큰 만큼 대출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혜택이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 집중될 수 있는데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원칙을 깰 만큼 필요한 사안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국민들은 "이주비 걱정이나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도 "이주비가 추가 분담금 조달 수단으로 변질되고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어 당분간 완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대출 총량규제와 거시건전성 부담금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서 상무는 "가족 간 차입과 직장 대출 등 사적금융까지 자금조달계획서와 DSR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 애널리스트는 "부담금을 주담대에만 부과하면 부모 차입 등 우회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며 "신용대출과 그림자금융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루 박사는 "총량규제는 단기적으로만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완화해야 한다"며 "일자리와 의료·교육 인프라를 지역에 분산하는 근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