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벤처캐피탈 투자 2.5조원 역대 최대로 성장"

"올 벤처캐피탈 투자 2.5조원 역대 최대로 성장"

대담= 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기자, 정리=전병윤
2014.08.04 07:00

[머투초대석]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장, "정부지원 발판 펀드규모 신기록...투자금회수 활성화 못하면 성장동력 상실"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힘입어 올해 벤처캐피탈펀드 조성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벤처업체의 IPO(기업공개) 부진과 M&A(인수·합병)가 원활치 않아 벤처캐피탈에 가장 중요한 투자금 회수(Exit)가 쉽지 않다는 건 문제입니다. 투자금 회수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면 벤처업계는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장(61)은 "올 5월말 벤처캐피탈 조성액은 1조1300억원이고 하반기 펀드 결성을 앞둔 금액을 감안하면 연말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역대 최대규모였던 2011년 2조2500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벤처기업 육성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탈 육성을 위해 종합선물세트식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박근혜정부가 처음일 듯 싶습니다. 지난해 '5·15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서 나온 42개 정책은 대부분 집행에 들어갔습니다. 올 봄부터 벤처캐피탈로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연말까지 펀드 조성액이 2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기청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국민연금의 투자를 고려하면 역대 최대치였던 2011년 2조2500억원을 넘어설 것입니다.

―벤처투자를 선순환하고 육성하려면 투자금 회수시장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벤처캐피탈은 무엇보다 엑시트가 중요합니다. 회수시점이 예측 가능해야 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자할 수 있어서입니다. 투자금이 오랜 기간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면 벤처투자 활성화는 본질적으로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벤처캐피탈업계는 투자금이 몰려 성장했는데 투자금 회수 시장은 미진합니다. 아궁이는 넓어졌는데 굴뚝이 좁은 상황입니다.

현재 벤처캐피탈은 280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중 800여개 기업의 경우 펀드 만기를 앞둬 투자금 회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거래량이 미미한 코넥스시장에 상장해서는 회수를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코스닥시장이나 M&A, 세컨더리펀드(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벤처캐피탈이나 PFE가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우선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의 '2부시장'으로 전락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동시에 관장하는 독점체계라는 데서 문제가 비롯됩니다. 코스닥 시장은 상장요건을 완화하고 엄격한 퇴출기준을 적용해 기술주를 위한 증권시장이란 본래 의미를 되찾도록 제도정비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벤처캐피탈은 벤처기업을 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의 성장가치를 반영해 전환가액을 산출하고 주가가 전환가 이상 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업을 상장하면 상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모두 전환해야 합니다. 보통주 상장가는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이를테면 해당 기업의 전환가를 5000원으로 평가했음에도 상장 후 보통주 가격이 미래 성장을 반영하지 않아 500원으로 정해지면 기업이나 벤처캐피탈 모두 손해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벤처캐피탈에 10배 많은 주식을 넘기면 경영권을 뺏길 수 있습니다. IPO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해당 기업 상장 후 2년까지는 벤처캐피탈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보유하고 그동안 대처할 여유를 줘야 합니다.

이종갑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사진= 홍봉진 기자
이종갑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사진= 홍봉진 기자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M&A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습니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데, M&A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물밑에서 인력을 빼가는 형태로 왜곡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는 기술이 급변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자본투입이 이뤄져야 하는 신기술 개발을 끊임없이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기술력을 파는 게 유리합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제값을 주고 인수해 경영진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벤처기업 M&A를 곱지 않게 보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세제혜택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벤처캐피탈에 대한 세제혜택은 보통 2년 단위로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적어도 6~7년을 내다보고 장기투자해야 하는데, 세제혜택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투자자들과 미스매칭(엇박자)이 발생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 주식의 양도차익 비과세, 투자업체의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 비과세, 원천징수 특례, 증권거래세 면제 등이 일몰조항에 걸립니다. 앞으로 벤처기업은 우리 먹거리라는 인식을 갖고 세제혜택을 과감히 영구화하거나 적어도 10~20년 장기간 적용해야 합니다. 벤처캐피탈이 없으면 어차피 안 걷힐 세금이고 창업회사가 줄어들면 세수도 감소하는데, 세제혜택을 통해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면 세금이 많이 걷히므로 중장기적으로 보면 정부에도 득이 됩니다.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중요한 포인트와 벤처캐피탈업계의 수익률은.

▶사람마다 수익성이나 리스크를 따져보는데 네오플렉스를 포함한 성공한 벤처캐피탈을 보면 마케팅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핍니다. 첨단기술도 좋지만 매출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벤처캐피탈의 펀드 만기는 길어야 6~7년입니다. 투자한 뒤 2~3년은 탐색기간으로 잡고, 나머지 3~4년 동안 IPO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은 창업 초기 기업보다 설립 3년을 넘어 IPO가 가능한 업체 위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능력에 비중을 두고 매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주로 선별합니다.

그동안 양호한 성과를 냈습니다. 99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벤처캐피탈의 IRR(내부수익률)는 평균 3.8%입니다. 정책적 목적으로 조성한 문화콘텐츠 투자수익률을 제외하면 전체 평균은 5%를 웃돕니다. 수익률 성과 상위 25% 펀드를 기준으로 보면 평균 수익률 18%였고 상위 10%의 경우 무려 35%에 달했습니다. 벤처캐피탈은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게 아닙니다. 수시로 기업을 탐방하고 경영컨설팅을 해주며 사업에 필요한 인적네트워크를 제공해 도움을 줍니다. IPO 방법과 시점, 자금조달 방법 등 재무적 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벤처캐피탈은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성 높게 운용하는데 기여하는 셈입니다.

―2000년 초반에는 업계뿐 아니라 개인들도 벤처투자를 활발히 했습니다. 지금은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습니다.

▶당시에는 정부가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엔젤투자자에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코스닥시장이 뜨거웠습니다. 주변에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대박났다는 얘기도 숱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위 '닷컴'만 붙으면 너도나도 투자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작 벤처기업은 독자적인 기술이나 경영노하우가 부족한 곳이 많았습니다. 탄탄한 경영진과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갖춘 일부 기업만 '옥'이었습니다. 이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벤처에 투자하면 손실이 크다는 인식을 심어준 탓에 엔젤투자를 꺼리는 부작용으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창업 초기 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벤처기업이 매년 500~600개 창업하고 200~300개는 문을 닫을 정도입니다. 벤처기업 투자의 생리로 이해해야 합니다. 당시 창업한 곳 중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후배기업을 양성하는 제2벤처붐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벤처붐을 통해 IT(정보기술)산업의 성장과 한류의 기반을 닦는 계기도 됐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목표가 있으시다면.

▶미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벤처캐피탈 규모가 우리보다 2배 높고 이스라엘은 4배 높습니다. 미국에 맞추려면 우리나라 벤처캐피탈 규모는 3조원 이상이어야 하고 3000명가량의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투자시장 규모는 비슷한 수준까지 육성됐는데 전문인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남은 임기 동안 벤처캐피탈리스트 양성에 집중할 것입니다. 매년 벤처캐피탈리스트 전문가 교육을 1주일 숙박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70~80여명이 교육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150명이 교육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젊은이들도 기존 금융권 인력이나 대학생들이 소위 안정된 직장만 찾아가지 않고 벤처캐피탈업계에서 꿈을 펼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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