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을 위한 첫 바이어 미팅에서 '벤처기업'이라고 적힌 명함을 보자 바이어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제품은 좋은데 회사 규모가 작으니 각종 인증을 받아오라 했습니다. 인증을 모두 통과하고 제품이 판매되기까지는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26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13년 상반기까지 해외 매출 비중은 60%가 넘었다.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 문이 먼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여건 상 수출을 지속하긴 어려웠다. 결국 홈쇼핑을 통한 내수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08년 창업한 적외선조리기업체 자이글은 지난해 매출 1019억원을 달성, 이달 21일 열린 '벤처천억기업 기념식' 행사에 처음 참석할 수 있었다. 창업한지 불과 7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최근 5년간 매출액은 △2012년 69억원 △2013년 267억원 △2014년 647억원 △2015년 1019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안 해외에서의 실적은 미미했다. 지난해 자이글 실적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 수출 대신 내수에 중점을 둔 전략적 선택 때문이었다. 하지만 '벤처기업'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외국 바이어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아직도 자이글은 해외 바이어들과 거래할 때 신용장(LC)거래 대신 현금거래만 한다.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라는 점을 노려 100만대 발주를 얘기하고 샘플 100대를 헐값에 가져가는 외국 바이어 등 다양한 사건사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과거 주력시장이었던 일본 바이어들은 2~3개월치 물량 발주는 했지만 연간 발주계획은 알려주지 않았다. 때문에 자이글은 수출 '러브콜'이 이어지는데도 해외시장 대신 내수시장을 택해야만 했다. 이 대표는 다른 중소기업들이 마케팅 시장으로만 접근하는 홈쇼핑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끝없는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자이글은 오는 9월 기업공개에 이어 내년에 다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작다는 인식 때문에 수출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판단 하에 지분 96.88%를 보유하던 회사의 기업공개를 결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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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이글의 '벤처천억클럽' 가입은 오로지 실력으로 일군 성과로 보여진다. 이 과정에서 아쉽게도 정부 지원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