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A사는 최근 벤처캐피탈(VC) B사로부터 단독으로 투자를 받기로 계약하고 투자라운드를 공식 종료했다. 그러나 몇 주 뒤 B사는 언급하지 않았던 조건들을 거론하더니 결국 투자금을 입금하지 않았다. 투자유치가 무산된 A사는 올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지만 항의할 수 없었다. 주변에 토로하니 유사한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들 모두 항의해서 소득을 거두지 못했고, 소송을 했다간 소문이 돌아 다른 투자유치조차 어려워질 것 같아서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불공정 투자계약 등 부당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2년 전 정부가 설립한 벤처투자 부당행위 신고센터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생태계 특성상 부당행위 호소가 어려운 만큼 정부의 신고센터 운영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작 정부는 전담인력은 물론 별도예산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
19일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2020년 3월 벤처투자 부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신고센터 설치 후 최근까지 2년 6개월간 신고 및 상담 건수가 0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곳의 스타트업도 상담조차 신청하지 않은 셈이다.
신고센터는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VC 및 VC 대주주의 부당행위 여부를 상담하고 부당행위에 해당할 경우 VC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중기부가 이를 시정하기 위해 설치됐다. VC가 성장 지원을 조건으로 투자원금 보장 등 별도 조건을 설정하거나, VC 대주주가 피투자 기업의 비공개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도 해당한다. A사 사례처럼 투자확약 후 일방적인 취소나 이면계약 등도 부당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
신고건수는 없지만 실제 부당행위가 근절된 것은 아니다. 신고센터가 설치된 2020년에만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자펀드 투자계약서 점검에서 16건의 부당행위를 적발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적발건수를 누적하면 126건에 달한다. 이마저도 전체 투자 건수가 아닌 임의 점검에서 드러난 결과다.
한국벤처투자는 투자금과 투자유형 등을 기준으로 한 해 벤처투자의 절반 가량에 대해서만 임의로 선정해 계약상 규약 위반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드러나지 않은 부당계약이나 계약서상 명시되지 않은 부당행위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21년 투자에 대한 점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기부는 사실상 신고센터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 의원에 따르면 중기부는 신고센터를 설치만 하고 전담인원은 물론 별도 예산조차 배정하지 않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신고센터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이유다.
특히 올들어 벤처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당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요즘은 디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절하)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유치를 다니고 있어 VC는 '슈퍼갑'인 상황"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투자조항이나 과정이 불합리하다 생각해도 일단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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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중기부가 신고센터 구색만 갖춰놓고 나몰라라 하는 격"이라며 "투자계약서 점검대상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정부가 적극 나서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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