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모리츠, 법률업무 80% AI 담당… 인간 변호사는 감수만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서비스 제한적, 상담 개입 땐 불법

지난달 미국에서 창업 1년차 로펌 모리츠(Moritz)가 900만달러(약 124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오픈AI 사내변호사 출신 파미르 에사스가 설립한 이 회사는 변호사를 더 뽑는 대신 법률업무의 80%를 AI에 맡기고 사람 변호사는 나머지 20%만 손보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이른바 'AI 네이티브 로펌'이다. AI가 변호사를 돕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법률서비스 자체를 생산하겠다는 흐름이 가시화됐다.
모리츠는 AI가 의뢰접수와 초안작성 등 송무 전반을 맡는다. 계약직 변호사 50여명은 AI 업무의 마무리 감수만 담당한다. 대신 AI는 상업·기업·고용계약처럼 정형화한 업무에 집중하고 송무·이민·세무는 다루지 않는다. 모리츠는 창업 이후 석 달 동안 미국·유럽·호주에서 100여개사의 거래를 평균 4시간 만에 처리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AI를 도입하려는 로펌들의 시도가 이어진다. 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초부터 폐쇄형 법률 AI '아이율'을 구축, 사내에 서비스 중이다.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근거를 맥락에 맞게 찾는 것이 특징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글로벌 업체 하비의 서비스를 도입해 검토범위가 방대한 해외 자문업무부터 시범적용했다.
BHSN, 엘박스, 로앤컴퍼니 등 관련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다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여전히 변호사가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리츠의 사례처럼 법무법인 대륜은 변호사 업무 일부를 맡기려는 시도를 한다. 대륜은 24시간 AI 상담창구를 열어 기초법률 상담을 제공한다. 이후 실제 변호사 상담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식이다. 일종의 'AI 사무장'이다.
국내에서도 AI가 법률업무 전반을 수행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2024년 3월 리걸테크 스타트업 넥서스AI,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함께 AI 법률상담 'AI 대륙아주'를 선보였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 서비스가 변호사법과 광고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같은 해 9월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변협은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 업무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금지한 변호사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AI에 기술을 제공한 스타트업이 사실상 법률서비스에 관여했다는 논리다. 또 무료상담을 표방한 점도 변호사 광고규정 위반이라고 봤다. 결국 'AI가 의뢰인을 직접 상대하는' 구조 자체가 현행 제도와 정면으로 부딪친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AI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가 당분간 국내에서 법원 판단과 직역단체의 저항을 뛰어넘어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