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작품과 파격적인 행보로 미술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가 별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그의 작품 가격도 더 치솟을 전망이다.
27일 미술계에 따르면 쿠사마 야요이는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2개 이상의 장기가 갑자기 기능을 상실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장례는 가족들끼리 소규모로 치렀으며, 이후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추모 행사를 연다.
쿠사마 야요이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그가 투병 중에도 병실에서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는 공식 입장을 통해 "숨지기 직전까지 붓을 내려놓지 않고 영원한 '사랑과 영혼'을 탐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술 외에도 퍼포먼스나 소설, 시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현대미술가다. 물방울이나 그물 무늬를 반복한 미술품, 검은 점으로 뒤덮인 노란색 호박 그림 등 특이한 작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나체로 행위예술을 펼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림만큼이나 행보도 독특하다. 미국에서 문짝을 침대 삼아 잠을 자며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로 밥을 지어 먹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빨간색 단발 가발을 쓰고 이곳저곳을 누볐으며 1977년부터는 정신병원을 집으로 삼았다. 그림을 그릴 때에만 병실 대신 작업실에서 살았다.
흔치 않은 아시아 여성 현대미술가라는 점, 독창적인 작품 세계가 호평을 받으며 엄청난 가격에 작품을 팔아치웠다. 2022년 뉴욕에서 '무한 그물'을 살아 있는 여성 작가 중 최고가인 150억여원에 판매했으며, 지난 3월 서울옥션에서도 104억 5000만원에 '노란 호박'을 팔았다. 우리나라 모든 미술품 중 역대 2위다.
유명 미술관들도 잇따라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계 최대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단독 대표를 시작으로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테이트모던, 워싱턴 허시혼미술관 등이 그를 기리는 전시를 개최했다.
그의 별세 이후에도 그를 찾는 발길이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주요 경매에 그의 작품이 나오거나 콜렉터들의 거래도 늘어날 전망이다. 경매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그의 작품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며 "미리 작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