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을 모르면 인류사도 알 수 없다…예술과 욕망 담은 기이한 빛깔

은을 모르면 인류사도 알 수 없다…예술과 욕망 담은 기이한 빛깔

오진영 기자
2026.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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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MT문고]'은, 욕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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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오팬하우스
/사진제공 = 오팬하우스

"은(銀)은 세상을 바꿔놓은 금속이지만, 동시에 고통과 불행을 가져왔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 중 한 사람인 틸만 벤디코프스키가 쓴 '은, 욕망의 세계'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의 반짝거림에 홀려 있을 때 은은 뒤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뜻이다. 동시에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금속이라는 뜻도 품고 있다.

책은 수백년에 걸친 은의 여정을 세밀하게 새겨 놓았다. 탐험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은을 발견한 뒤 대량의 은이 유럽으로 옮겨졌고, 이 은이 은화나 은괴가 되어 경제를 움직였다. 이 거대한 은의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가장 강력한 은의 기능 중 하나는 부의 상징이다. 장발장이 훔친 은촛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은으로 만든 수많은 장신구들이 부와 권력을 대표하고 있다. 가장 비싼 부품이 된 반도체에도 은이 필수부품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은의 가치를 대변한다.

하지만 은은 이중성 역시 갖고 있다. 독일의 국왕이나 유럽을 휘두르던 바티칸의 교황,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등 수많은 권력자들이 은을 탐하며 피지배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는 약탈과 도둑질을 불러왔고 때로는 전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은은 '부의 상징'인 동시에 '탐욕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책은 은의 2가지 기능 중 어느 하나의 손을 들어 주지는 않는다. 다만 거듭해서 인간이 은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기를 권고한다.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인 이 은빛 금속이 무슨 길을 따라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은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듯한 대목이 있다. 은이 없었을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예측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사람의 욕망은 은이 없더라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은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은을 분쟁의 씨앗이라고 규정한 것은 부당하는 비판도 벗어나기 어렵다.

저자는 독일의 미디어 에이전시 '역사'의 대표를 맡으면서 역사적 주제를 담은 다양한 책을 썼다. '중세에서의 1년'과 '히틀러 시대의 날씨', '하늘이시여 도우소서' 등 저서가 그의 작품이다.

◇(은, 욕망의 세계), 오팬하우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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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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