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 두(豆), 썩을 부(腐). 이름에서부터 콩을 품은 두부는 식탁에 가장 흔히 오르는 콩 먹거리다. 찌개용·부침용, 순두부 등 형태가 다양한 만큼 쓰임새도 넓다. 그만큼 국산콩 소비를 늘릴 핵심 수요처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찾은 충북 음성 풀무원 두부공장에선 국산콩이 두부로 바뀌는 공정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생산라인에선 세척된 콩이 커다란 침지조 안에서 물을 가득 머금었다.

파이프를 타고 이동한 콩은 곱게 갈려 콩즙으로 변했다. 콩즙에 열을 가해 비지를 걸러내면 고소한 두유가 되고, 간수를 더하면 몽글몽글 응고되며 두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콩이 두부 한 모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8시간. 세분화하면 100가지가 넘는 공정을 거친다.
이 공장에서 하루 생산할 수 있는 두부는 최대 30만 모다. 특히 올해는 전체 생산능력의 약 45%를 국산콩 두부 생산에 활용한다. 정부가 국산콩 소비 확대에 나서면서 이곳 생산라인에서도 국산콩 비중이 커졌다.

정부가 소비 확대를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이 소비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산콩 생산량은 2020년 8만926톤(t)에서 지난해 15만6145톤으로 5년 새 93% 늘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도 2020년 5만5008㏊에서 2025년 7만4015㏊로 5년 새 34.6% 확대됐다.
반면 국민 1인당 콩 소비량은 2024년 7㎏으로 2015년 8㎏보다 오히려 줄었다. 늘어난 생산량에 소비가 따라붙지 못하면서 정부가 떠안는 물량도 불어났다. 정부 수매량은 2020년산 557톤에서 2025년산 5만6919톤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수입콩 수요의 일부를 국산콩으로 돌리는 데서 해법을 찾았다. 올해 식용콩은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TRQ) 기본 물량 외 추가 증량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축 국산콩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급이 부족한 콩나물용 콩만 TRQ를 추가 증량했다.

하반기부터는 두부·두유 등 수입콩을 사용하는 식품업체에 비축 국산콩을 할인 공급해 수입콩 일부를 한시적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생산 확대에 치중했던 국산콩 정책의 무게중심을 소비 확대로 옮긴 셈이다.
국산콩 소비의 물꼬를 트는 데에는 대형 식품기업의 역할도 컸다. 정부가 수매한 비축콩을 시장 충격 없이 소진하려면 수천 톤 단위의 물량을 받아줄 대형 수요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두부 생산업체인 풀무원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췄다. 기존에도 특등급 국산콩을 사용한 프리미엄 두부 제품을 별도로 운영했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콩물과 두유 신제품에도 정부가 공급한 국산콩을 사용한다. 이전보다 전체 국산콩 사용량이 이전보다 약 2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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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호 풀무원 음성 두부공장장은 "기존 국산콩 100% 제품을 대체하는 개념이라기보다 국산콩 활용 범위를 보다 넓히는 차원"이라며 "국산콩 100% 제품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국산콩을 활용하는 제품군을 확대해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유업계 대표 기업인 연세유업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이달 5일 찾은 충남 아산 연세유업 아산공장에서는 두유 생산이 한창이었다. 1톤(t)짜리 대형 백에 담겨 차량으로 들어온 국산콩은 국산콩·수입콩 혼합 제품 용도에 맞게 바로 사일로(silo)에 보관된다.
생산라인으로 옮겨진 콩은 이물질을 걸러내고 껍질을 벗기는 과정을 거친다. 뜨거운 물에 불려 정제수와 함께 곱게 갈아낸 뒤 제조 방식에 따라 비지까지 더욱 곱게 갈아내거나 비지 등 불용성 성분을 걸러내면 고소하고 진한 두유가 완성된다.
연세유업은 지난달부터 수입콩을 쓰던 대두 기반 두유 제품 전반에 국산콩을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입콩으로 생산하던 제품에 하반기부터 국산콩을 상당 비율 투입하는 방식이다.

연세유업이 국산콩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부터 국산 백태와 약콩을 원료로 한 두유를 별도 제품군으로 생산해왔다. 달라진 건 국산콩의 쓰임새다. 기존에는 국산콩 전용 제품에 주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수입콩을 원료로 하던 일반 두유 제품까지 국산콩을 투입해 수입콩 일부를 대체했다.
국산콩 사용 확대에는 품질도 한몫했다. 두유용 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콩알이 클수록 가공에 유리하다. 연세유업이 공급받는 특등급 국산콩은 기존 수입콩과 비교해 품질이 뒤처지지 않았고 두유 생산에 필요한 가공 적성에도 문제가 없었다.

김성우 연세유업 두유개발팀 팀장은 "국산콩의 품질이 맞지 않았다면 사용 자체를 고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전에 분석했을 때 두유 가공에 필요한 특성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도 도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국산콩 사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콩은 수입콩보다 가격이 높은 만큼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시적 할인 공급이 끝난 뒤 기업의 사용량이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은 과제는 정부 지원 이후에도 국산콩 수요를 지켜낼 방법을 찾는 일이다.
생산자 쪽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지원이 있을 때뿐 아니라 없을 때도 국산콩을 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해 국산콩 기반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