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교섭 대상인가"…시행지침 마련에도 남는 물음표

"언제부터 교섭 대상인가"…시행지침 마련에도 남는 물음표

세종=강영훈 기자
2026.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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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5월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노동쟁의 대상 판단 기준을 내놨지만, 성과급·공장 신설·AI(인공지능) 도입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성과급은 지급 방식에 따라, 공장 신설과 AI 도입은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화되는 시점에 따라 교섭 대상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성과급 지급과 공장 신설·증설·이전, AI 등 신기술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대비해 노동쟁의 대상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노동부는 앞으로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조정, 쟁의행위,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이번 지침을 준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침이 제시한 큰 원칙은 명확하다. 경영 판단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되, 그 결과로서 구체적인 근로조건 변화가 예상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원칙을 실제 사업장에 적용할 때 같은 사안이라도 어떤 단계에 있는지, 근로조건 변화가 얼마나 구체화됐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은 '무엇을 기준으로 지급하느냐'가 관건이다.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회사 이익과 연동한 경영성과급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 영업이익 구간에 따라 기본급의 일정 배수를 지급하는 방식도 실질적으로 회사 이익과 연동돼 있다면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반면 회사 이익과 연동하지 않는 정액이나 기본급·연봉의 일정 비율로 정하는 성과급은 교섭할 수 있다. 결국 성과급이라는 이름만으로는 교섭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지급 방식과 기준이 회사 이익과 실질적으로 연동돼 있는지를 다시 따져야 한다.

공장 신설·증설이나 이전은 성과급과 달리 '언제부터'가 중요한 문제다. 투자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인력운영계획이 구체화돼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장 신설을 발표한 것만으로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이후 신규 인력 채용 규모가 정해지거나 기존 인력의 배치전환·근무지 변경 등이 구체화되면 관련 근로조건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나의 공장 신설 사업에서도 경영 판단과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언제부터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적으로 예상된 것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공장 신설은 사업성 검토부터 부지 선정, 인허가, 설계, 공사, 설비 설치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내 공지나 노사협의회 자료 등 객관적인 자료로 인력운영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사업 발표나 경영진의 추상적인 언급, 노조의 막연한 추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 계획을 검토하거나 임원 보고까지 이뤄졌지만 아직 공식 자료가 나오지 않은 경우처럼 그 사이에 놓인 단계는 계획의 구체화 정도와 뒷받침할 자료 유무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AI 등 신기술 도입도 비슷하다. 도입 결정 자체나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만으로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직무나 근무형태 변경, 인력운영계획이 구체화해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로봇 도입으로 교대제가 한꺼번에 바뀌는 경우처럼 변화가 뚜렷하면 판단하기 쉽지만, 업무 일부가 단계적으로 AI로 대체되고 인력이 재배치되는 경우에는 어느 시점부터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화됐다고 볼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아울러 노조가 이미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화됐다고 보고 쟁의행위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가능성 단계였다고 판단되면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문제될 수 있다.

반대로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했는데 이후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화된 것으로 판단되면 부당노동행위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교섭 대상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노사 모두에게 법적 위험과 연결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지침으로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 현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준이 구체화됐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방식인지, 언제부터인지'를 개별 사업장의 사실관계에 따라 다시 판단해야 한다. 경영 판단과 근로조건 변화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노사 간 해석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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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강영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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