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책금융 공공기관은 그 기능과 성격상 수도권 잔류가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가 '수도권에 꼭 있을 이유가 없는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만큼 이전 대상 선정시 수도권 소재 필요성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에 따라 올해 4분기 중 지방으로 이전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대상과 이전 지역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 355곳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관은 168곳으로 전체의 47.3%를 차지한다. 특히 서울에는 주요 기업들이 몰려있는 지역 특성상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과 무역보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수출지원기관들이 대거 본사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국책은행과 수출지원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수도권에 갖춰진 금융·산업 네트워크에서 벗어나면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수출기업의 지역 분포 역시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중소기업의 수출액은 약 1200억달러였는데 이 중 수도권 소재 기업에서 발생한 수출이 759억달러로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대기업 등을 포함하면 수도권 전체 수출액은 총 7094억 달러 중 약 73%에 이른다.
무역보험공사(무보)의 경우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대금 보험과 각종 보증을 제공하는 공적수출신용기관 역할을 한다. 매년 200조원 이상의 무역보험을 공급하면서 기업의 수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대출 위주로 영업하는 은행들과는 달리 보험과 보증을 매개로 시장 금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출기업은 물론 국내외 대형 시중은행과 글로벌 투자기관, 법률·회계 자문사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금융시장과 협업해 필요한 자금이 수출기업과 해외 프로젝트에 공급되도록 만드는 것이 무보의 역할"이라며 "무보를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을 수출금융 최대 수요처에서 분리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수출금융의 비용과 비효율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책기관에서는 노조 중심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지방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24일에는 금융감독원 노조와 예금보험공사 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지방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4일에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독자들의 PICK!
금융노조는 "금융기관, 기업, 자본시장, 전문인력이 한곳에 모여 만들어내는 경쟁력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흩어놓는다면 그 피해는 금융산업 전체에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