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아버지(피상속인)는 생전에 아버지 명의 부동산을 공익사업에 사용하도록 공익재단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공증했다. 아버지는 2004년 12월 유서를 작성한 이후 9년 뒤인 2013년 7월 사망했다. 과세당국은 2014년 6월부터 11월까지 상속세 조사를 실시한 뒤 2015년 3월 해당 부동산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추가 결정·고지했다. 이에 A씨는 2014년 11월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 공익재단으로 이전됐다는 점을 들어 2016년 2월 경정청구를 했으나 과세당국은 2016년 5월 이를 거부했다. 상속세 법정 시한 내에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익재단에 넘긴 부동산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할까?
상속인 중 한 명이자 자녀인 A씨는 과세당국의 상속세 처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부동산을 공익재단에 넘겼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의 문제의식은 시점에 있다.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공익재단 기증 유언을 했지만 그 부동산을 상속 개시 후 법정 신고기한 내에 이전하지 못했기에 상속세 과세 처분을 한 것이다.
따라서 쟁점은 상속인 간 분쟁과 재단의 행정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법정 신고기한 내에 부동산을 공익재단으로 넘기지 못하고 기한이 지난 후 공익재단에 이전했을 경우 부동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우선 A씨는 아버지의 명확한 유언에 따라 재산을 공익재단에 출연했으므로 해당 부동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유권 이전이 늦어진 것은 상속인 일부가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세우며 유증(유언을 통해 자신의 재산이나 이익을 대가 없이 타인에게 이전하는 법률행위)에 반대했고 공익재단 역시 향후 분쟁을 우려해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와 관련 확인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291명 읽는 중
이후 상속인들은 분쟁에 따른 소송비용과 유류분 반환금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확인서를 공증해 재단에 제출했다. 재단은 정관변경허가를 신청했고 관계 행정기관의 서류 보완 요구를 거쳐 2014년 11월 19일 허가를 받았다. 이어 같은 달 26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반면 과세당국은 상속세법령에서 정한 기한 내에 출연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상속인 사이의 분쟁이 당사자들의 내부 사정일 뿐 법령상·행정상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의 이사회 개최 지연 역시 상속인들의 반대에서 비롯됐으므로 출연기한을 연장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유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법정 출연기한을 지키지 못한 만큼 해당 부동산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과세당국은 A씨가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 공익재단으로 이전된 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해 달라고 경정청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상속인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아버지의 기부 의사가 오래전부터 공증 유언으로 확인됐고 실제로 부동산도 공익재단에 이전됐기 때문이다. 상속인들의 유류분 분쟁 우려와 재단의 정관변경 등 법령상·행정상 절차로 소유권 이전이 지연됐다는 점도 인정했고 결국 세무조사 종결 전에 출연이 완료된 점 등을 고려해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6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 해석에 달려있다. 당시 법령은 상속재산을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원칙적으로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출연을 이행해야 하지만 법령상 또는 행정상 사유로 출연재산의 소유권 이전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끝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까지 출연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조세심판원은 이 예외규정을 공익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하는 경우에도 법령상·행정상 부득이한 사유로 소유권 이전이 지연됐다면 동일한 취지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공익사업을 육성하려는 입법 목적과 함께 조세 회피 목적 없이 유언에 따라 실제 출연이 이행된 경우까지 기한 지연만을 이유로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공익재단은 유증받은 부동산을 기본재산으로 편입하기 위해 정관변경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했다. 재단은 상속인들에게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동의서와 이행확인서를 요구했고 향후 소송 가능성에 대비한 확인서도 제출받았다. 이후 정관변경허가를 신청했지만 관계 행정기관의 서류 보완 요구가 두 차례 이어졌다. 조세심판원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법령상·행정상 사유로 인한 소유권 이전 지연이 존재했다고 봤다.
아울러 피상속인의 기증 의사가 일회적이거나 사후에 임의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기증 의사는 2004년부터 공증 유언으로 확인됐고 최종적으로 해당 부동산은 유증을 원인으로 공익재단에 이전됐으며 그 출연은 상속세 조사 종결 전에 완료됐다. 이런 사정은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재산을 출연한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에 따라 공익 목적의 출연을 이행한 것이라는 판단을 뒷받침했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상속인 간 분쟁과 공익재단의 정관변경 및 허가 절차 등으로 소유권 이전이 지연된 사정을 종합해 해당 부동산의 출연 지연을 법령상·행정상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동산의 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과세당국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취지로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