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까지 41개월" 177가구 아파트도 못 피했다…공사기간 증폭, 왜?

"입주까지 41개월" 177가구 아파트도 못 피했다…공사기간 증폭, 왜?

배규민 기자
2026.08.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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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분양 단지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그래픽=김지영
올해 분양 단지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그래픽=김지영

대단지뿐 아니라 중소규모 아파트에서도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0가구가 채 안 되는 단지도 분양에서 입주까지 3년 넘게 걸리고 주상복합은 6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사례도 나온다. 지하 굴착 공사 증가와 고층화, 상품 고급화에 근로·안전 기준 강화까지 겹치면서 단순히 단지 규모만으로 공기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입주가 2032년으로 예정돼 있다. 지금 분양을 받아도 입주까지 6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하 8층~지상 49층 1859가구 규모 주상복합으로 지하 굴착이 깊은 데다 고층으로 짓는 만큼 기본적인 공사에서부터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주상복합은 구조적 특성상 통상 5년 안팎의 공사기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기존 홈플러스 건물 철거가 착공 이후 진행되면서 공기가 더 늘어났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8층까지 굴착한 뒤 지상 49층까지 다시 건물을 쌓아올려야 한다.

규모가 작은 일반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5~26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쌍용 더 플래티넘 서대문'은 177가구 규모지만 입주는 2030년 1월로 예정돼 있다. 분양부터 입주까지 41개월이 걸린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0층, 3개 동으로 조성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소규모 단지라도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공정이 있다"며 "지형적인 특수성도 있어 단지 규모가 작다고 공사기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요 단지 공사기간/그래픽=이지혜
주요 단지 공사기간/그래픽=이지혜

과거 지어진 초대형 단지와 비교하면 공사기간 차이가 더 확연해진다.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 공사의 대부분이 진행된 '헬리오시티'는 9510가구, 84개 동에 달하지만 2015년 11월 착공해 2018년 12월 입주까지 37개월이 걸렸다. 이에 비해 올해 입주하는 '디에이치 방배'(3064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각각 50개월과 43개월이 소요됐다. 규모가 3~5배 큰 헬리오시티보다 최근 지어진 대단지의 공기가 6~13개월 더 긴 셈이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데는 현장의 작업 여건 변화가 크게 작용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면서 기상 악화나 자재 수급 문제로 공정이 밀리더라도 야간·주말 등 추가 작업을 투입해 일정을 만회하기가 어려워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안전점검과 위험요인 확인 등 절차가 강화되면서 근로시간과 안전을 고려한 적정 공기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아파트를 짓는 과정은 더 복잡해졌다. 주차공간 확대로 지하주차장이 갈수록 깊어지는 데다 커뮤니티시설과 조경, 특화 외관 등 상품 고급화 경쟁으로 공종이 늘고 시공 난도도 높아졌다. 특히 서울 도심은 협소한 부지에서 공사차량 동선을 확보해야 하고 주변 주거지의 소음·분진 민원까지 고려해야 해 공정 운영에 제약이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폭염·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작업이 불가능한 날도 늘어나는 추세다. 숙련 기능인력 부족과 고령화, 주요 자재·설비의 수급 변동성까지 더해지면서 공사기간 단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급화 추세에 따라 아파트 공사에 물리적으로 요구되는 공기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안전·근로환경에 대한 기준 강화와 상품성과 시공 난도가 함께 높아진 것도 공사기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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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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