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늘리라더니 과징금 폭탄…금융도 '엄벌행정'에 발목

생산적 금융 늘리라더니 과징금 폭탄…금융도 '엄벌행정'에 발목

김도엽 기자
2026.09.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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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무책임한 '엄벌행정'④금융감독원, 은행권에 6000억원대 과징금 부과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엄벌주의 처분을 남발하고 있다. 과도한 표적 수사 등을 이유로 검찰 수사권을 없앤 정부와 정치권의 행보와 결이 다르다. 규제 기관의 무리한 조사와 징벌적 제재는 매년 행정소송과 조세불복으로 이어져 정부가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법적 다툼을 거쳐 무혐의, 취소 판결이 나면 막대한 과징금과 세금이 환급되고 이에 따른 가산금까지 국고에서 빠져 나간다. 제재 처분을 받은 기업은 경영 불확실성과 브랜드 가치 실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런 승자가 없는 무책임 '엄벌 행정'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짚어본다.
순이익 감소시 줄어드는 은행권의 자금 공급 규모/그래픽=김지영
순이익 감소시 줄어드는 은행권의 자금 공급 규모/그래픽=김지영

은행권도 정부의 '엄벌 행정'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피해 계좌의 97% 이상이 자율배상에 동의했고 부동산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차주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수천억대 과징금이 예고됐다. 과도한 과징금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포용금융의 여력을 줄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 ELS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과징금 부과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는 당초 금융감독원의 사전통지 단계에서 약 2조원에 달했지만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치며 1조4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이후 금융위가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면서 금감원이 재심의했고, 그 결과 과징금은 60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이란 의견이 나온다. 5개 은행은 2021년부터 4년간 약 19조원의 홍콩 ELS를 판매해 수수료 수익으로 약 2000억원을 벌었다. 벌어들인 수익의 3배 가량을 과징금으로 낼 상황에 몰린 셈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규정을 개정해 사후 피해 구제를 과징금 감경사유에 포함했지만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있다. ELS를 판매한 5개 은행은 과징금이 사전통지 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이미 전체 16만9594개 계좌 중 16만2973개 계좌와 자율배상을 합의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16만4845개(97.2%) 계좌와 배상에 동의했다.

LTV 담합 과징금도 은행권이 얻은 실익에 비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LTV 정보를 교환해 부동산담보대출로 총 6조8000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며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차주들이 입은 피해를 금액으로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다"며 담합으로 인한 실제 수익 규모는 파악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은행권은 오히려 정보 교환으로 LTV를 낮춰 대출 관련 이익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은행권의 국고채 담합에 대한 심의 결과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연이은 과징금은 은행의 손익뿐 아니라 정부의 핵심과제인 '생산적 금융'에도 악영향을 준다. 순이익이 1000억원 감소하고 국내 은행들이 CET1 비율을 평균 14.5%로 유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약 6900억원 규모의 RWA를 줄이거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위험가중치 43% 수준의 기업대출로 환산하면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여신 공급 여력이 감소한다. 특히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기술력은 있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초기 혁신기업이 자금 공급 축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포용금융 역시 자본 여력의 영향을 받는다.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등은 대출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 부담이 큰 차주다. 은행이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자산을 조정할 경우 이들에 대한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등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 은행권은 이미 ELS와 LTV로 1조원 넘는 충당금을 적립했다"라며 "과징금으로 은행의 자본 여력을 소진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라고 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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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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