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일하려면 로봇도 다섯손가락 필요…현장 맞춤 피지컬AI 도전"

"인간처럼 일하려면 로봇도 다섯손가락 필요…현장 맞춤 피지컬AI 도전"

김진현 기자
입력 2026.11.06 11: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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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형규 리얼월드 최고제품책임자(C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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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형규 리얼월드 최고제품책임자(CPO)
류형규 리얼월드 최고제품책임자(CPO)

"저희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하면 애니메이션 '철완아톰'에 나오는 아톰의 머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라는 하드웨어가 얼마나 똑똑하게 움직이느냐는 결국 지능에 달려 있습니다. 저희는 로봇이 인간처럼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능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류형규 리얼월드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리얼월드는 로봇이 정밀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지능을 설계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이를 구동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인력 부족이나 위험한 작업 환경을 보완·대체하는 로봇 하드웨어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하드웨어를 하나로 묶어 현장에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 CPO는 SK텔레콤(75,900원 ▼1,600 -2.06%), NC(209,500원 0%)소프트, 카카오(32,650원 ▲450 +1.4%) 등에서 기술 기반 신사업을 주로 맡아왔다. 기존 사업을 개선하는 데 그치기보다 기술로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데 도전해온 셈이다. 리얼월드 합류 직전에는 컬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맡았다.

그는 "컬리에서 일하며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물류 현장에 미칠 영향을 체감했다"며 "이러한 인력 부족을 어떤 방식으로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리얼월드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난제를 풀면 나머진 알아서 풀린다"

그는 리얼월드에서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인프라 구축부터 현장 적용, 로봇 제어까지 제품 개발 전반을 기획하고 관리한다.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류 CPO는 "연구자와 엔지니어, 제품 관리자(PM), 비즈니스 인력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돕는 통역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AI로 통칭되는 로봇 생태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존재한다. 리얼월드가 주목하는 것은 사람처럼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집게 형태의 그리퍼부터 여러 종류의 로봇 손이 있지만,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다섯 손가락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류 CPO는 "다섯 손가락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면 세 손가락이나 두 손가락으로도 풀 수 있다"며 "반대로 두 손가락으로 해결한 문제를 세 손가락, 네 손가락으로 확장하기는 어렵다.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업에 높은 수준의 손동작이 필요하지 않다면 손만 교체해 사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작업하는 영상을 로봇 학습에 활용할 때도 다섯 손가락이 유리하다. 사람의 손과 비슷한 구조를 갖춰 기존 작업 데이터를 로봇의 동작으로 옮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은 인간이 일하던 현장에서 인간의 도구를 사용하며 인간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손가락 수가 적거나 손과 몸의 크기가 인간과 다르면 동작을 재현하더라도 도구를 사용하거나 현장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다섯 손가락이 이 문제를 가장 완벽하게 푸는 방법이지만, 그만큼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로봇 AI의 성패를 가르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양보다 질을 강조했다. 대량의 데이터를 구매하는 것은 학습 시간을 단축하는 투자지만, 기술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숙련공의 데이터라는 설명이다. 그는 "병뚜껑을 따는 일반적인 동작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유리하고, 필요하면 사 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같은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해내는 숙련공의 방식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리얼월드는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제 작업에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데이터의 정밀도와 순도를 높이고 있다. 부족한 데이터는 구매하거나 합성 데이터로 보완하되, 합성 데이터가 실제 환경을 왜곡하는 문제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구실보다 현장에서 답 찾겠다"

리얼월드 개요/그래픽=김다나
리얼월드 개요/그래픽=김다나

리얼월드는 지난 6월 서울 강남에서 위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324,500원 ▼10,000 -2.99%)의 로봇 제품을 움직이는 'RLDX-1(리얼 덱스 원)' 솔루션을 시연했다. 로봇을 직접 제조하기보다 전문 제조사의 하드웨어에 자체 모델을 결합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마다 필요한 작업과 환경이 다른 만큼, 이에 맞는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공급하는 것이 리얼월드의 사업 모델이다. 로봇 지능 개발을 넘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류 CPO는 "리얼월드의 직접 고객은 노동력이 필요한 기업이며, 하드웨어는 솔루션을 제공할 때 함께 묶어 공급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회사가 공개한 '덱스벤치(DexBench)'는 고객사의 요구를 분석해 필요한 작업과 하드웨어 사양을 정의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제품으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어렵다면 제조사에 차세대 하드웨어의 개발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로봇 제조사와 협력하며 고객에게 맞는 하드웨어 조합을 찾고 있다. 류 CPO는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없는 데다 몸체와 손, 센서 등 부품별로 강점을 지닌 제조사도 다르다"며 "국가별로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하드웨어도 있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는 기업의 실제 수요를 우선하고 기술을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방식을 꼽았다. 연구실에서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모델을 투입해 데이터를 모으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류 CPO는 "완벽한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어느 정도 작동하는 모델을 현장에 가져가 데이터를 모으고 개선하는 과정을 잘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기술과 현장 역량을 함께 갖추고, 남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부터 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접근은 매출 확보 전략에도 반영돼 있다. 먼저 고객사의 업무를 분석해 가까운 시일 내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와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업무를 구분하는 '로봇 전략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후 개념증명(PoC)을 진행하고, 데이터 수집을 포함한 중장기 협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현재는 국내 물류 대기업을 비롯해 제조·서비스 기업과 PoC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적용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 로봇 도입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류 CPO는 "2028년쯤 되면 완전한 무인 공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정 영역에는 로봇이 상당수 배치돼 쓰이고 있을 것"이라며 "하드웨어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어 현장에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과 현장 검증을 이어가기 위한 투자 유치도 이어갈 계획이다. 하드웨어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서다. 류 CPO는 "피지컬 AI는 몇 년 안에 끝날 게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분야이며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 충분히 유리한 영역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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