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등 의료계 내 비윤리적 행위 사례가 잇따르자, 내부에선 자율징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 단체 자체적으로 의사면허 등록·관리와 내부 처벌 규정 등에 따른 자율 정화 체계를 마련하겠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독립적 의사면허 관리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론화 단계에 돌입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의정협의체에 '대한의사면허원' 신설안에 대한 논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면허원 설립은 2019년 의협 대의원회가 의협 집행부에 내린 수임사항으로 내부에선 수년간 논의돼 온 숙원 과제다. 의협은 서울 지역 의사단체를 시작으로 지역 의사회에도 공론화 요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의협 대의원 총회에서 면허원 신설안이 통과된 바 있다.
안덕선 대한의사면허원 설립준비위원장(의료정책연구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 등 해외에선 이미 보건의료 직종에 대한 자체 심판체계를 갖고 있다"며 "사후 형사처벌 중심에서 의료계의 내부 모니터링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 등을 강화해,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확대하겠단 취지"라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자율 정화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단 주장이 이어졌다. 자율 정화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징계 절차를 통해 내부 규제를 강화하는 개념이다. 미국의 경우 의사 50% 이상으로 주(州)별 의사면허관리기구가 구성되며, 면허 발급·등록, 민원 접수 및 조사·징계 조치 권한을 갖는다. 캐나다 역시 면허기구에서 면허 취소·정지·제약 및 공개 경고·서약 등으로 구분해 자체 징계를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경고·학습(교육)·벌금 및 성범죄 시 면허 제약, 면허 일시정지·취소, 면허 이력 자체를 삭제하는 등 징계 수위를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선진국처럼 의료법에 (독립적 면허관리)단체 설립을 규정해 질 좋은 의료 제공에 대한 책임감·전문성을 확대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도 의료인 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돼 있다.
의협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방송인 박나래의 불법 의료 행위 의혹을 언급하며 "정부의 의약품 관리체계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불법 의료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최근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일부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가 이어지면서 선제적 자정 구조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확대됐다.
다만 정부의 정관 승인과 의료법 개정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만큼 면허원의 실질적 설립과 운영은 쉽지 않단 의견도 있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더 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의료법상 위반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면허 정지와 취소 규정이 나와있어, 이를 의사단체가 자율적으로 규제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위반의)판단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행정소송도 일원화돼 있지만 자율 규제로 가면 소송도 민사로 이뤄지고 (징계에)법적 강제성을 부여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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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징계 권한이 주어졌을 때 징계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세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면허원을 도입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봐주기식' 징계를 한단 비판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자체 징계가 이뤄지면 구체적 사유 등 정보를 정기적으로 알리고, 법조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