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윤석열 정부와 큰 차이는 기존에 있었던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병행을 기조로 삼는다는 점 아닙니까."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중진 의원이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장을 상대로 한 질문이다.
그동안 가동을 멈춘 기존 원전에 대한 조속한 계속 운전 심사와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지원을 요구하는 여당 과방 위원들의 발언이 잇따르자, 마치 해명하듯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질의였다.
여당 의원의 이번 국감 질의는 2022년 9월 당시 에너지 계획을 총괄하던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가 내놓은 보도설명자료의 문구("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등과 조화롭게 활용해 나갈 것")를 연상케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를 전면 수정,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을 외면하고 원전에만 몰두한다는 공세가 잇따르자 내놓은 반박이었다.
사실상 발언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같은 의미이다. 발언하는 정치인이나 정책에 관련한 관료들이야 '아'와 '어'의 차이가 천지 차이일지 몰라도 에너지 정책의 대상인 국민과 기업엔 그정도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이 정치적 부침을 겪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원전을 침몰한 세월호에 비유하며 탈원전 정책을 공식화했고 차기 정부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전임 정부 정책을 씻어내려는 듯 복(復)원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자 거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기존 원전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논의조차도 진영논리를 피하지 못했다. 수명이 임박한 원전의 계속운전 심사가 지연된 것은 물론,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논의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RE100이냐, CF100이냐' 논쟁은 에너지 믹스 구성을 논할 때마다 나왔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으니 상황이 변했다고 변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고하며 "전력수요는 모형 수요 전망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 추가 수요의 영향을 합산해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여야의 자리뿐이다. 그간의 원전 논쟁이 마지막 진영 싸움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