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없는 '제로 음료'에도 설탕 부담금?[MT시평/최성락]

설탕 없는 '제로 음료'에도 설탕 부담금?[MT시평/최성락]

최성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2026.10.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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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플레져(건강 관리를 즐겁게)' 트렌드에 힘입어 식품 음료 시장에도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요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음료 코너 절반 이상이 저당, 제로 슈가 제품이다. 설탕 섭취를 줄이려고 대체 당(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로 식음료 시장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콜라·사이다 등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설탕 부담금' 논의가 최근 제로 음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설탕 부담금(속칭 설탕세) 논쟁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초 소셜미디어(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데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서 본격화됐다. 연이어 국회에서 설탕·시럽 등 첨가당이 든 음료에 함량 구간별로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고, 이를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법안(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2건(김선민·이수진 의원) 발의됐다. 여기에 김윤 의원이 대체당을 넣은 제로 음료에도 부담금을 매기는 법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설탕 부담금이 꼭 필요할까. 질병관리청 자료('24년 지역사회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34.3%)이 비만으로, 10년 전에 비해 30.8% 증가했다. '24년 당뇨병 환자 수도 약 500만명으로 최근 5년간 19% 증가했다. '23년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9.8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50g 미만)을 초과했다. 최근 소아 당뇨·비만도 증가 추세다. 이처럼 만성질환 유병률과 당 섭취량을 보면 부담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지를 받는다. WHO도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설탕 부담금 제도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24년 현재 116개국이 시행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당 음료 소비 비중(엥겔지수)이 높은 저소득층과 청소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소득 역진성 문제다. 정책 실효성도 의문이다. 영국 사례에서 음료 내 당 함량 감소는 확인됐지만 이것이 비만율 감소로 이어졌다는 장기적 인과관계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설탕 부담금 도입이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담금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음료값이 최대 5.6% 오를 수 있는데 비해 건강상 이득은 정부가 걷는 부담금 수입의 4∼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시장에서 이미 저당·제로 제품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설탕이 없는 대체당 음료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건 서민의 장바구니 부담만 가중시키는 규제의 역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따라서 정부는 가격 정책 도입에 앞서 식품 영양표시 강화, 청소년에 대한 균형 잡힌 식생활 교육, 저당 식품 개발 지원 등 당류 저감화 정책, 비만관리 대책 등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아무쪼록 설탕 부담금 도입 여부는 물가 부담, 건강 지표 개선 등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편익 분석 등 정치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길 바란다.

최성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최성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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