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당시 '음료 투척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38)가 공범과 음료 종류부터 동선, 대사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뉴스1·뉴시스에 따르면 검찰 공소장에는 정 전 후보가 지난 4월 초부터 공범인 헬스트레이너 30대 남성 A씨에게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할 방법에 대한 고민을 여러 차례 털어놨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사람은 2019년 헬스장 회원과 트레이너로 처음 만나 개인 훈련(PT)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뒤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였다.
정 전 후보는 A씨에게 "(선거) 유세 중 누가 쓰러지면 내가 심폐소생술 해줄 텐데", "내가 화분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 "누가 커피 좀 안 던져주나"라고 말했고, A씨는 "뭐라도 던져 드릴까요"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이 같은 대화가 실제 범행 모의로 이어졌다고 봤다. 정 전 후보는 지난 4월25~26일 A씨가 운영하는 헬스장을 찾아가 "27일까지는 무조건 해야 한다"며 유세 도중 자신에게 음료를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구체적인 범행 계획도 세웠다. 정 전 후보는 "물은 색깔이 남지 않으니 녹차라테처럼 색깔이 남을 수 있는 걸 던져 달라"고 요구했으며, 자신이 명함을 건넬 때 자동차 창문을 내려 음료를 뿌려달라고 했다.
그는 차량이 음료를 던지기 좋은 위치로 들어올 수 있도록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라는 동선까지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음료를 던질 때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고 말하면 인지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정 전 후보는 A씨에게 다른 사람의 차를 이용하고 모자를 착용하라고 하는 등 신원을 감추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자기 수행원들이 범행 차량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누구한테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A씨를 안심시키고, 붙잡히더라도 자신이 선처해 사건을 빨리 끝내고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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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같은 제안을 수락하면서 '해 봐야 상해 정도 걸리겠네요'라는 취지 발언을 하는 등 형사처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모의 이튿날인 지난 4월27일 A씨는 렌터카를 몰고 부산 금정구 유세 현장을 찾아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인 것처럼 진술했다.
정 전 후보는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7차례에 걸쳐 '우발적 범행으로 인한 피해'라고 호소했고, 사건 내막을 아는 정 전 후보 배우자는 A씨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허위 자작극으로 경찰관 18명이 현장에 출동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분석과 차량 추적, 현장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이 진행됐다.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까지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정 전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씨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상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첫 공판은 다음 달 15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