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야자수 농장엔 왜...남친 "목숨 끊을 힘든 일 없었다"

장미란씨 야자수 농장엔 왜...남친 "목숨 끊을 힘든 일 없었다"

이재윤 기자
2026.08.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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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경찰관 "허위 종결은 실수"...298건 실종 신고 전수조사 예정

지난 5월12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를 찾는 포스터./사진=뉴시스(장미란씨 가족 제공)
지난 5월12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를 찾는 포스터./사진=뉴시스(장미란씨 가족 제공)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신고 101일 만에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장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으로, 경찰의 '허위 사건 종결'로 초기 수색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더 거세지고 있다.

25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46분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지만 지난 5월12일 장씨가 숙소를 나설 당시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이 확인됐다. 마지막 모습이 확인된지는 104일 만이다. 이후 3일 뒤인 5월 15일 경찰에 첫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지만 휴대전화 등 유류품과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장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백골이 드러날 정도로 시신이 부패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까진 시신에서 사인을 추정할 수 있는 흔적이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신원은 DNA(유전자정보) 감정 등 과학적 절차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장씨가 남자친구와 장기 투숙을 하던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m에 불과했다. 실제 도보로 이동할 경우 약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숙소에서 농장으로 이어지는 길 주변에는 민가나 CCTV(폐쇄회로TV)가 거의 없고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길을 지나면 해당 야자수 농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장씨가 어떤 이유로 이곳까지 이동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신고 101일만에 발견…장씨 남자친구 "힘든 일 없어"

실종 전후의 행적을 추적하면 이렇다. 장씨는 지난 5월12일 오후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남자친구가 사흘 뒤인 5월15일 오후 6시43분께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장씨의 남자친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실종된 날까지도 "(장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힘든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신고를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소속 부 모 경장은 장씨의 생사조차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 경장은 장씨 가족에게 "장씨와 연락이 됐다",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실제 장씨와 통화한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찰이 지난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 경장은 경찰 내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장씨 관련 정보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출동해 장씨를 찾던 파출소 경찰관 역시 연락이 됐다는 말을 듣고 철수했다. 경찰의 설명을 믿었던 가족들은 이후에도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다시 신고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허위 종결'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재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할 기회는 상당 부분 사라진 뒤였다. 장씨가 숙소를 나선 당시 한림읍 일대에는 방범용과 교통정보수집용 등 CCTV 118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상당수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에 불과했다. 최초 신고 당시 수사에 나섰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영상들이 뒤늦게 수색이 시작됐을 때는 대부분 삭제된 상태였다.

장씨의 휴대전화는 5월16일 오전 9시44분쯤 전원이 꺼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 신고 이후 최소 14시간가량 위치 추적이 가능했지만 경찰은 당시 GPS 등을 이용한 위치 조회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공개수사에 나선 경찰은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등을 토대로 한림항과 해안가 등을 집중 수색했다. 하지만 장씨의 시신은 해안가에서 직선거리 약 1.6㎞ 떨어진 숙소 인근 농장에서 발견됐다.

담당 경찰관 허위 종결 "실수였다"…이재명 대통령, 경찰 '자체 개혁안' 주문

장씨 실종 사건 등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부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 외에도 지난 7월 신고된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 실제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된 것처럼 사건을 종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부 경장이 담당한 298건의 실종 신고를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뉴스1에 따르면 부 경장은 경찰조사에서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부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부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경찰은 부 경장을 긴급체포했지만 부 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25일 석방됐다. 법원은 부 경장의 소재가 파악된 상황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긴급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별도로 청구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도 장씨 추정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매우 참담한 마음"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제도적 보완책 혹은 근본적인 쇄신책을 비롯해 경찰 자체 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제주 실종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우려를 끼쳐드린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담당 경찰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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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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