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경찰청장 없이 벌써 3번째 직무대행 체제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내부 비위로 조직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다음달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만큼 경찰 안팎에서는 정식 수장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임식을 갖고 물러났다. 경찰청장 공석이 이어지면서 새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된 김종철 경남청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3번째 직무대행이다. 김 직무대행은 오는 3일 별도 취임식 없이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주관하며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장 자리는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봉쇄에 가담한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21개월째 공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조 전 청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면서 청장직은 공식 궐위 상태가 됐지만 후임 인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장 공백은 조직 내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과 수사정보 유출 등 경찰 신뢰를 흔드는 일이 최근 잇따랐고,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으로는 전·현직 지휘부가 수사를 받고 있다. 광주지검은 이날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과 국수본 강력계장, 전 국수본 여청범죄수사과장, 국수본 성폭력범죄수사계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본부장은 유감을 표시하며 "통상적인 업무지시였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여러 문제를 경찰청장 공백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직무대행과 정식 청장은 조직 장악력이나 책임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다음 달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정부가 경찰청장 인선을 더 미루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함께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 경찰이 맡는 수사의 비중은 한층 커진다. 14만 경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지휘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는 지난 1일 치안정감에 오른 김 직무대행과 고범석 서울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직무대행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국정기획위원회에 파견됐다. 전남 목포 출신인 고 청장은 경비·감찰 등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쳐 실무에 밝고 합리적인 지휘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과 함께 치안정감에 오른 유승렬 인천청장도 후보군이다. 그는 지난해 9월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에 임명돼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논의를 이끌었다. 치안감에서 대통령실 국민안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종원 전 충북경찰청장이 향후 복귀해 후보군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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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론되는 후보군이 과거보다 젊어진 것도 정식 임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퇴임하는 유재성 전 직무대행과 박정보 전 서울청장 등이 60년대생인 반면 김 직무대행과 고 청장, 유 청장 모두 70년대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