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전 시설장 김모씨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엄기표)는 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3년간의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다만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신의 보호 아래 있던 중증·종증 지적장애인 및 지체장애인을 상대로 강간상해· 강간 등 성범죄를 수차례 저지르고 폭행했다"며 "성범죄 등에 대한 인지·항거 능력 등이 부족한 피해자들을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1명에 대한 범죄에 적용된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장애인 보호를 위해 부여된 권한으로 오히려 피해자들의 취약점을 악용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자 A, B, C씨의 진술에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진술한 점 △진술 분석가가 개입하지 않았으며 진술 과정도 신뢰성 있게 녹음된 점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운 구체적 내용을 담아 진술한 점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신문해 심리적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도 진술을 유지한 점 등을 고려해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공소사실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증명했다고 봤다.
김씨는 색동원 시설에 소속된 장애인 4명에 대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25년 2월 초 지적장애인 A씨의 방에서 강간·성폭력 행위를 하고, 같은 달 10일~11일 색동원 식당 복도에서 A씨를 강간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함과 동시에 성폭력 행위를 했단 혐의를 받는다.
2012년 5월~2014년 11월 사이 또는 2017년 4월~2023년 2월쯤엔 색동원 내 화장실에서 지적장애인 B씨를 강간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2월~2025년 7월 사이 저녁쯤 색동원 지적장애인 C씨의 생활실에서 강간하고 성폭력 행위를 한 혐의도 있다. 또 김씨는 2021년 12월 색동원 1층 사무실에서 드럼스틱으로 D씨의 손바닥을 34차례 때린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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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C씨에 대한 일부 범행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검사가 적용한 혐의인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1항에 의해 처벌하려면 성관계를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했단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A, B씨의 경우와 달리 김씨가 C씨에 대해 저항할 수 없도록 폭행 또는 협박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D씨에 대한 폭행사실만을 인정하고 A, B, C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김씨 측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을 수 없으며 공소사실에서 범죄 시기를 제대로 특정하지 못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이 정도 공소사실을 특정한 것도 수사기관에서 가능한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인정된다"며 "이 이상 특정하지 못했다고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중증장애 관련 성범죄 사건은 법원에서 유죄 인정이 불가능한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 요청에 따라 색동원 현장을 검증하고 이후 피해자 진술을 분석한 진술 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등 심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 피해자들이 지적장애인이란 점을 고려해 피해자의 보호와 피고인의 방어권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철저한 법적 검증, 물적 증거를 통한 보완, 진술전문가를 통한 피해자 신문 등의 과정을 거쳤으나 법원에서 장애인 피해자를 위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이 부분 개선을 위해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판결 직후 A씨의 변호를 맡은 고은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오늘 재판 결과가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복지시설 제도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개선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