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치의 과잉, 구멍난 안전①
위험 징후에도 강력범죄 잇따라…국민 치안 불안 확산
피해자 보호 법안은 국회 계류…재범 방지 예산도 뒷받침도 부족

집권여당이 검찰개혁과 형사사법체계 재편에 몰두해온 사이 국민들은 일상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제도 개선에도 보다 일찍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잇따른 강력범죄에서는 범행 이전에 위험 징후가 드러났음에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확인된다. 인천 흉기난동범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살인미수 전과자였고, 송파구에서는 접근금지 조치가 종료된 틈에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하는 범행이 발생했다. 강남구 방화범은 과거 같은 건물에 불을 지르려다 구속된 전력이 있었다. 지난 12일 제주에서도 스토킹·교제폭력 등으로 네 차례 신고당한 60대 남성이 끝내 전 연인을 살해했다.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의 위험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관계성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가 이후 동일한 피해자를 상대로 살인이나 살인미수를 저지른 사례는 50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 범죄도 146건 발생했다. 연간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정치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4개월간 형사사법 분야의 화두는 사실상 검찰 개혁뿐이었다. 지난해 6월 검찰청 폐지 논의가 본격화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개정 형사소송법이 국회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반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상당수는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전자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은 송파구 사건 이전부터 여야에서 4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32건도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으로 일선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2020년 55.6일에서 2022년 67.7일로 늘었다가 점차 감소해 지난해 54.5일로 단축됐다. 한 경찰관은 "수년에 걸쳐 기간을 줄여놨는데 다시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범죄 예방 예산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청 범죄예방·생활질서유지 예산은 올해보다 157% 늘었지만 증가분 대부분은 첨단 순찰장비 도입에 투입된다. 반면 법무부의 재범 징후 감지·대응 사업 예산은 4억원 줄었다. 고위험자 관리와 재범 방지 등 핵심 과제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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