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세 이상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고 그대로 선고한 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강씨는 2025년 6월26일 오후 1시쯤 정부서울청사 민원실에서 국무총리와 사회부총리, 금융위원장을 만나야 한다며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원경찰이 강씨에게 소란을 제지하고 유아·장애인 전용 게이트 앞에서 이동할 것을 요구하자 강씨는 청원경찰의 어깨를 양손으로 수차례 밀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당시 변호인이 없었던 강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청원경찰의 행위가 성희롱·성추행에 해당해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었다는 강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강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고 재판을 진행한 뒤 정당행위와 정당방위, 양형부당 등 강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판 본안이 아닌 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변호인 없이 진행된 재판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70세 이상이고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씨는 1심 재판 당시 이미 70세 이상이었지만 1심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증거조사 등 심리를 진행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변호인 없이 진행된 1심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심에서는 강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심리하고 1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역시 문제라고 봤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위법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절차상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