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찰 안전조치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 조사 없어"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안전조치가 실질적인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의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경찰의 선제적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고준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박사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에 대한 고찰' 세미나에서 "경찰이 제공한 안전조치에 대해 '만족했냐' 정도의 조사는 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얼마나 심리적 안정을 느꼈는지 조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고 박사는 범죄 피해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경찰과 연결돼 있어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도 설명했다. 경찰이 맞춤형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접근금지 명령 등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도 피해자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맞춤형 순찰을 실시할 때 직접 대면해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며 "일부 피해자는 자신이 받는 안전조치의 등급조차 모르고 있어 정보 제공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위험 상황에서 경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영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피해자들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 것보다 실제 위험 상황에서 경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재판 등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마주칠 때 발생하는 보호 공백도 문제로 지적됐다. 강문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경찰과 법원은 고유 기능이 달라 실무상 인력 배치나 정보 공유가 쉽지 않다"고 했다.
교제폭력 법적 사각지대 지적도…"경찰 권한 강화 필요"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만으로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스토킹 행위가 동반되지 않은 교제폭력은 기존 법률에 따른 보호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 본부장은 가정폭력과 스토킹, 교제폭력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피해자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반복적인 학대나 강압적 통제 등에 대해서도 보호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긴급조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장 본부장은 "경찰이 검사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긴급조치를 신청하거나 사법경찰관이 먼저 명령을 발부한 뒤 법원이 사후 심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피해자 동의를 보호조치의 요건으로 두지 않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경찰이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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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보호시설 부족 등으로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수안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관계를 유지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절차 개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선제적으로 개입하고 지자체가 주거·복지 지원에 나서는 등 지역사회 다기관 통합 대응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호 전 서울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도 "피해자를 보호시설에 입소시키려 해도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등을 이유로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임시숙소 등 보호 인프라를 확충하고 입소 조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