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헬스장, 최근 5년간 증가 추세
노인 맞춤 운동부터 비만약 경고까지…'생존 전략' 찾는 헬스 업계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수요가 늘면서 국내 헬스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헬스장을 찾던 고객들이 줄어드는 가운데 높은 임대료와 운동 트렌드 변화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폐업한 전국 체력단련장은 이날 기준 총 2516개로 집계됐다. 연간 폐업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문을 닫은 사업장은 601개로 지난해 연간 폐업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체력단련장업은 헬스장과 피트니스센터 등 기초체력 증진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업종을 말한다.
현장에서는 신규 등록 문의가 늘어나는 연말을 앞두고도 회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헬스장을 찾던 고객들의 줄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낮은 가격을 앞세운 국내 신약 '에페'까지 등장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에서 근무하는 30대 트레이너 김모씨는 "매년 다이어트를 목표로 새로 등록하는 고객들이 있었는데 위고비가 인기를 끈 이후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주변에도 문을 닫는 곳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개인운동(PT) 전문점 강사 박모씨도 "현재는 기존 회원들로만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헬스장은 달라진 수요에 맞춰 운영 전략을 바꾸고 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거나 체중 감량보다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는 식이다.
김씨는 "우리 센터도 몸매 변화보다 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노년층의 PT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비만치료제 사용에 따른 건강상 위험을 알리고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부담·운동 트렌드 변화도 악재

다만 비만치료제 확산만으로 헬스장 폐업 증가 추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약물로 체중을 감량한 뒤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는 수요도 있기 때문이다.
20대 여성 A씨는 "2년간 헬스장을 다녔지만 살이 잘 빠지지 않아 마운자로를 맞기 시작했다"며 "투약하면서 운동을 그만뒀지만, 어느 정도 체지방을 줄인 뒤에는 다시 시작할 생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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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도 경영난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광화문의 한 헬스장 점장 이모씨는 "대형 시설은 고정비가 많이 들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COVID-19) 때보다 오히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장 박모씨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트레이너 인건비는 오히려 내려갔다"면서도 "가장 큰 부담은 임대료"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실외 러닝과 하이록스 등 운동 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기존 피트니스 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운동이 늘어나면서 실내 헬스장에 집중됐던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운동 유형이 다변화하면서 실내 헬스장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젊은 층의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헬스장도 결국 서비스업"이라며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전문 분야를 갖춘 업체가 살아남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