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사장님이 된 외국인④ 언어·금융 장벽에 경영난 대응 어려워…"체류 제도·창업 지원 체계 점검해야"

"한국 사람들이 저 같은 외국인한테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먼저 반말을 하고, 본국에는 집도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더군요."
서울 중구 광희동에서 중앙아시아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사토르아가씨(62)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편견과 사기 피해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약속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돈을 줬지만 물건도, 돈도 돌려받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게를 여는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창업부터 정착까지 넘어야 할 문턱은 여전히 높다.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부터 사업자등록과 거래처 확보 등 일반적인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도 외국인이라면 더 복잡하다. 특히 비자 발급·연장을 비롯해 언어 문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큰 장벽이 되곤 한다.
올초 서울 서대문구에 튀르키예 케밥 음식점을 연 바를라스씨(24)는 창업 과정에서 행정·금융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외국인을 상대로 한 비자도 잘 나오지 않고,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하는 과정이 까다롭다고 느꼈다"며 "한국에서 외국인이 대출을 받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인 자영업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거래처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반말을 들었다는 경험도 나왔다.

경영난이 닥쳤을 때는 더욱 대응하기 어렵다. 정책적 지원이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느데 내국인 자영업자에 비해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의 '국내 거주 외국인의 자영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월에서 2025년 6월까지 매출이 발생한 외국인 자영업자 가맹점 1만323곳 가운데 2288곳(22.2%)이 가맹해지됐다.
2020~2024년 기간에는 7590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6월 기준 가맹을 유지 중인 곳은 5723곳(75.4%)으로 집계됐다. 최근으로 가까워질수록 가맹점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가맹 유지 사업장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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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 다문화거리에서 10년째 이발소를 운영해 온 40대 중국동포 이모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지 2~3년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져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월 300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2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두부를 판매하는 60대 중국동포 여성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이곳 다문화거리도 점점 비어간다"며 "많은 중국 사람들이 일이 없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지방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영업자에게는 사업 부진이 체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투자(D-8)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 사토르아가씨는 "비자를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사업이 잘되지 않아 한국에 계속 있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배우자의 도움으로 체류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바를라스씨는 "과거에는 학생비자로 있었는데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결혼이민비자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출도 아내를 통해 받아 결혼하지 않았다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영업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체류 제도와 창업 지원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명주 부산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E-7(전문·기능직) 비자를 받을 정도의 전문인력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자영업자는 D-8 비자"라며 "이들이 실질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기 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홍 강남대 국제처 특임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을 들어올 때 주로 받는 D-8, D-9(무역경영) 비자는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연장이 되다 보니 한 번 사업이 잘 안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불안정성 때문에 자영업을 과감히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한 번 실패하더라도 사업성을 검토해 더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전문가 참여 위원회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