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1년에 성인 1000명이 사라진다."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살해한 것 아니냐." "중국인이 저지른 범죄다."
최근 제주에서 실종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자 온라인에 퍼진 주장들이다. 경찰관이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실제 사건에 근거 없는 추측이 덧붙으면서 제주 전체가 위험한 곳처럼 묘사됐다. "제주는 시신도냐", "제주 여행 가기 무섭다"는 반응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제주도는 미확인 정보의 유포를 멈추고 사실과 다른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새로 만든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가 겨냥한 것도 이처럼 개인 한 명의 피해를 넘어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일으키는 정보다. 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그런 사례가 들어왔다면 아마 저희가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게시물의 내용과 작성 목적, 퍼진 범위 등을 확인했다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주 괴담'은 위원회에 들어오지 않았다. 첫 심의 테이블에는 음식점 영수증 리뷰와 미용 시술 후기, 숙박업체 홍보글이 주로 올랐다. 사회를 흔드는 가짜뉴스를 다루겠다며 출범한 심의기구가 첫 회의에서 마주한 것은 상품과 가게를 둘러싼 크고 작은 다툼이었다.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심의 현황을 공개했다. 네이버(NAVER(209,000원 ▼6,000 -2.79%))와 카카오(35,100원 ▼1,400 -3.84%) 등 회원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신고를 위원회에 넘기면 법률·미디어·언론·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같은 기준으로 심의한다.
접수된 게시물은 모두 27건이다. 이 중 상품·서비스 정보와 이용 후기, 홍보글 등 '정보·후기·홍보형'이 19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고시원을 소개하면서 호텔 로비 사진을 사용하거나 특정 물질이 건강에 좋다고 홍보한 글도 있었다. 음식점 영수증 리뷰와 미용 시술 후기, 상품 할인 정보도 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김민호 특별위원장은 "당초 첫 상정 안건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신고된 안건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심의 도중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임시조치된 4건을 제외한 23건을 최종 심의했다. 23건 모두 KISO 가이드라인상 허위조작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허위조작정보를 이유로 삭제가 결정된 게시물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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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되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보 자체가 허위 또는 조작돼야 하며, 이로 인해 타인의 권리나 공익을 해치는 결과도 발생해야 한다. 세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삭제 대상이 아니다.
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한 오류는 오정보인 것은 맞지만 법의 입법 목적에 맞는 허위조작정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시원 홍보글에 호텔 사진을 잘못 넣었더라도, 제주 전체가 범죄에 노출된 것처럼 공포를 키운 허위정보와 똑같이 다룰 수는 없다는 얘기다.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한 게시물은 기존 임시조치 제도로 삭제하거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새 제도가 필요한 영역은 직접 피해자가 나서기 어렵지만 사회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다. 제주 괴담처럼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키우고 관광 등 경제적 피해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위원회는 앞으로 아동과 안전, 보건처럼 허위정보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신고를 우선 심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