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어디서 낳나요…"월 1.5억 적자" 유일했던 밀양 분만병원 '폐업'

아기 어디서 낳나요…"월 1.5억 적자" 유일했던 밀양 분만병원 '폐업'

정심교 기자
2026.08.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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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의 유일한 분만의료기관인 제일병원이 오는 31일 진료를 끝으로 40년 만에 폐업하기로 하면서 이 일대 분만의료 마비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해당 병원은 최근 수년간 매달 1억5000만원씩 적자에 허덕이면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선 이런 분만 의료기관 폐원 사례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데는 시간 문제라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을 요구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445곳으로, 2014년(675곳)보다 10년 새 34.1% 줄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의원급)만 보면 같은 기간 376곳에서 178곳으로 무려 52.7%나 쪼그라들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기관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77곳(30.8%), 분만기관이 한 곳만 남은 지역은 60곳(24%)으로 지역 절반 이상이 '분만 취약지'다.

제주·전북에서도 분만 의료기관의 '불'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제주도의 출생아 3명 중 1명(연간 약 3000명)이 태어났던 서해산부인과의원도 오는 29일자로 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폐원 절차를 밟는다. 지난 27년간 이곳에서 2만2000여명이 탄생했지만 365일, 24시간 당직으로 인한 의료진 체력 고갈이 폐원 사유로 알려졌다. 전북도 비상이다. 전북 진안군의료원 산부인과도 최근 진료를 중단했고,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도 핵심 전문의 이탈로 운영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지방 분만의료 붕괴는 '분만 뺑뺑이'로 인한 태아 사망 사례로도 확인된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선 29주 차 산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지만 전국 병원 12곳에서 "인큐베이터가 없다", "진료과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헬기까지 동원해 3시간30분이 걸려 부산까지 날아갔지만, 결국 태아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는 '잿빛 미래'가 예고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40여곳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임의는 17명으로, 이 중 산과 전임의는 5명으로 파악됐다. 2023년 7명, 2024년 8명, 2025년 8명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이들이 몸담은 병원은 강남차병원, 가천대 길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수도권에 몰렸다.

단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격타를 입은 산부인과 현실도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 '헬스맵'과 복지부 '공공보건의료 데이터'(2023년 기준)를 분석했더니 인천시 강화군·옹진군에선 △분만실 △고위험 분만 △신생아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의 관내 의료 이용률이 모두 '0%'로 나타났다. 환자 전원이 타지역 원정 진료에 의존해, 두 지역 모두 아이를 낳거나 위급한 신생아를 치료할 인프라가 전무했다.

특히 인천시 옹진군의 분만 취약인구율은 95.1%에 달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상주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1명도 없다. 허 의원은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이 행정구역상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각종 의료 지원 정책에서 소외됐다"며 "아이를 낳을 분만실도, 아픈 신생아를 돌볼 중환자실도 없어 100%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게 인천 섬과 접경지의 참담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5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구급차가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2026.8.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5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구급차가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2026.8.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도 급한 대로 대책을 내놨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의 보상한도를 기존 최대 3000만 원에서 3억원으로 10배 높인 데 이어, 지난 11일부터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대상을 기존 신생아 뇌성마비, 신생아 사망, 산모 사망에서 '산모 중증 장애'도 포함했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은 유형에 따라 산모 사망 시 1억원, 신생아 사망 시 3000만 원, 태아 사망 시 2000만원으로 책정됐고,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고위험 분만 임신부에 대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하게끔 촉진하기 위한 '당근책'도 내놨다. 이영재 보건복지부 지역필수의료총괄과장은 "고위험 임산부 집중관리료를 기존 3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리고, 28주 미만 조산아를 분만하면 최대 506만원을 가산, 신생아 중환자 입원하면 최대 144만원을 가산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대책에도 의사들의 호소는 이어진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분만의료는 붕괴를 넘어 완전히 '절멸'하고 있다. '원정 출산 잔혹사'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신생아 중환자실(NICU) 부족과 전공의 전멸로 대학병원조차 응급 산모와 아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분만은 24시간 365일 의료진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영역으로,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는 분야"라며 "정부는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에서도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지속해서 진료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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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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