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윤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지난해 10월 이후 자살 사망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자 희망의 신호입니다. 하지만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 위험은 외부환경에 따라 언제든 반등할 수 있습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실효성 있는 사업을 지속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촘촘한 '생명안전망'을 만들겠습니다."
정윤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이 오는 9월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서울 중구 재단 집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재단은 '자살예방법' 제13조에 따라 2021년 4월 설립된 중앙 자살예방정책지원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자살사망자 전수조사를 통한 근거 기반의 정책지원과 자살시도자 등 고위험군 발굴·사후관리 사업,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사업 지원,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민간 협력사업 등을 수행한다. 정 이사장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사회복지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지난 5월 임기 3년의 제2대 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정 이사장은 "최근의 자살 사망자 수 감소세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보는 자살에 대한 관점의 전환, 정부 정책 강화, 사회·경제적 여건 개선, 지역사회 다기관 협력, 그리고 국가 리더의 강력한 메시지와 사회적 관심이 축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일시적 감소를 지속적인 감소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근거 기반의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잠정치 기준 올해 5월 자살 사망자 수는 1071명으로 전년 동기 10.8% 감소했다. 월별 자살 사망자 수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 이사장은 자살 예방 인력을 위한 투자도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했는데 실천이 중요하고, 선제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특히 자살예방 관련 사례관리사 등 현장 인력의 이탈이 많은데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영국의 '브리딩 스페이스'(채무 유예 정책)처럼 채무 독촉 유예와 정신건강 상담·복지 지원을 연결하는 유기적 안전망이 강화돼야 하고, 종합 상황관리체계(국가자살대응상황실)를 구축해 24시간 일시보호 서비스, 응급실 기반 사후관리, 전국 확대된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위기 이후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은 자살 시도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살예방센터 연계가 안 되는데 동의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단도 자살예방 지원 국가 기관으로서 통계 분석 강화, 인공지능(AI) 기반 예방 체계 고도화 등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아직 자살 원인을 분석하는 역량이 부족한데 자살 관련 통계 모니터링을 고도화해 과학적 근거를 정책 현장에 공급하고, AI를 활용한 온라인 유해정보 스크리닝,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상담사 지원 시스템 및 민간 연계를 통해 위기 상담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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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고립 청년, 독거 노인, 경제적 위기군 등 인구학적 특성에 맞춘 예방 사업을 확충하겠다"며 "응급실 기반 사후관리 사업, 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차질 없이 가동해 회복을 돕고, 낙인과 편견을 깨는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사회적 연대 문화의 조성'"이라며 "주변에서 위기 신호를 감지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괜찮니'라고 다가가 물어보며 전문 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생명지킴이' 역할이 보편화돼야 한다"며 "재단은 단순히 사업 실적이나 숫자에 머물지 않고,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위기에서 구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