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下]선전 최대 경쟁력은 '속도'…제조 인프라 촘촘
창업가 아이디어 구상에서 양산까지 전폭 지원

중국 선전의 성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표현이 '선전 스피드'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몇 달씩 걸리던 시제품 제작과 검증이 선전에서는 며칠 만에도 가능하다.
이는 1980년대 초 선전 국제무역센터 건설 당시 사흘에 한 층씩 올렸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건설 현장의 빠른 속도를 상징하던 이 말은 이제 혁신 도시 선전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부품 공급망, 설계, 시제품 제작, 물류까지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촘촘히 모여 있는 생태계 덕이다. 그 한 축에는 이노엑스(InnoX) 같은 혁신 지원 기관이 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진화하는 '선전 스피드'

선전 이노엑스는 창업가들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하고 투자 유치와 공급망 확보를 거쳐 실제 제품을 양산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기관이다. 중국 최대 드론 기업 DJI를 성공으로 이끈 리쩌샹 홍콩과기대 교수가 설립을 주도해 화제가 됐다.
이노엑스에서 만난 창업가 장CG씨는 지난해 말 소시지 조리 자판기를 상용화한 청년 창업가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2년 남짓 걸렸다. 그는 자판기에서 막 나온 따뜻한 소시지를 건네며 "이노엑스의 풀사이클 지원이 아니었다면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시간이 3~4배는 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정보 수집과 투자 유치, 공급망 확보까지 제품화를 위한 모든 단계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스피드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이노엑스의 제품 개발 거점은 약 1100㎡ 규모로 스마트 웨어러블 제작실과 시제품 제작실, 테스트 공간, 유연 생산라인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복도 양쪽 연구실마다 청년 창업가들이 시제품을 살펴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너머로는 크고 작은 3D 프린터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모형과 부품을 뽑아냈다.
머릿속 아이디어가 실물이 되고 양산을 위한 시제품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이 한곳에서 이어졌다. 벽에 붙은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양산까지 빠르게'라는 문구는 이곳이 추구하는 혁신의 속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 같은 환경에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선전시는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정부가 인정한 강소기업 1300여곳이 자리한 걸로 집계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보다 많은 중국 1위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