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스 다큐 흥행 돌풍…'범죄자 미화' 논란도

'희대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스 다큐 흥행 돌풍…'범죄자 미화' 논란도

조유진 기자, 이지웅 기자
2026.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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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키맨]

You Can See Everything 예고편의 한 장면. /화면캡쳐=A24 공식 유튜브
You Can See Everything 예고편의 한 장면. /화면캡쳐=A24 공식 유튜브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상징하다 투자 사기범으로 추락한 미국 혈액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42)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가 수감을 앞두고 직접 촬영을 제안한 다큐멘터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인 16~18일 약 1560만달러(약 206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로튼 토마토 점수가 98%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영화는 홈스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34일 전부터 촬영됐다. 홈스와 그의 남편 빌리 에번스가 네이선 필더 감독 등 제작진에게 먼저 다큐멘터리 촬영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두 사람은 어린 자녀들과 보내는 일상부터 수감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에번스는 사람들이 홈스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도록 일상을 최대한 공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왜 당신을 속이겠어요?"

"내가 왜 당신을 속이겠어요?"

다큐멘터리 예고편에서 홈스는 특유의 커다란 눈망울로 필더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묻는다. 수조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인물이 던지는 이 한마디는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밈으로 확산했다.

홈스는 19세였던 2003년 혈액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테라노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암 관련 검사까지 240여 종을 검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사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한 이 기술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테라노스의 2014년 당시 기업가치는 9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중 홈스의 지분 가치는 45억달러를 웃돌았다.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했던 테라노스. /사진=게티이미지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했던 테라노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2015년 10월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 고발자들의 발언과 취재를 종합해 테라노스의 실상을 공개했다. 전직 직원 4명은 테라노스가 주장하는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라노스는 자체 개발한 장비 '에디슨'을 이용해 240여 종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전직 직원들은 에디슨을 이용해 실제로 검사한 것은 15종(6%)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손가락을 통해 채취한 혈액을 희석할 때 혈액의 순도가 떨어지며 정확성이 급감한다고 말했다.

홈스는 투자자를 속인 혐의 등으로 2022년 사기 관련 4개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해 11월 징역 11년3개월을 선고받아 이듬해 텍사스주 브라이언에 위치한 여성 전용 교도소에 수감돼 형기를 시작했다.

사기꾼 미화?…이어지는 논란

영화의 흥행과 함께 홈스가 다큐멘터리 촬영을 자청한 이유와 작품이 그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줬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홈스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그의 남편이 새로운 혈액검사 스타트업 '해맨서스'(Haemanthus)를 설립한 점에 주목했다. 테라노스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테라노스 2.0'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회사 측은 홈스가 사업에 관여하지 않으며 기존 테라노스와 기술적으로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화의 사실 검증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에서 홈스는 테라노스의 혈액검사 장비 부품을 식탁에 늘어놓고 어떤 검사든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필더 감독이 실제로 모든 검사가 가능했는지 묻자 홈스는 필요한 기술이 개발됐다면 가능했다는 취지로 답한다. 이에 테라노스 내부고발자 타일러 슐츠는 의료전문매체 STAT 기고문에서 해당 장비가 에디슨이 아니라 완성되지도, 환자 검사에 사용되지도 않은 후속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테라노스 사기 행각을 최초로 폭로한 존 캐리루 전 WSJ 기자는 "영화는 훌륭한 예술 작품이지만 예술과 그 바탕이 되는 사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5년 홈즈를 두 차례 인터뷰했던 매슈 허퍼 전 포브스 기자 역시 영화가 이미 확인된 허위 발언을 논쟁적인 문제처럼 다룬다고 비판했다. 그는 홈즈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듯한 태도로 사람들을 설득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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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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