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글로벌 AI 붕괴'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2026.09.1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313455310948_1.jpg)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거품 붕괴 위험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글로벌 AI 붕괴(Global AI Bust)'에서 "현재 AI 산업의 성장세가 과거 철도와 전기, 인터넷 등 혁신 기술이 등 거품을 형성했던 시기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AI 투자 열풍은 언젠가 깨지기 시작할 것이고 AI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글로벌 경제와 기업들은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르마 회장은 AI를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챗GPT는 출시 4년 만에 미국인의 약 30%가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보급됐다. 이는 스마트폰, 인터넷, 전기가 확산했던 시기와 비교할 때 약 5배 빠른 속도다. AI 기업들의 매출 증가 속도 역시 인터넷과 클라우드 등 과거 디지털 기술보다 3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가 AI 투자 열풍을 구조적으로 강화시킨다고 봤다. 미국에선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AI 투자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AI 관련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한다. 중국 역시 부동산 부채와 노동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
AI 투자 열풍은 미국과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집중도는 미국 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과 이스라엘에서는 고속 네트워크, AI 관련 소재∙부품∙장비, 로봇, 반도체 전문 기업들이 경제와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또 AI 대기업들은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첨단제품 생산과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원자재 시장도 호황을 누린다. 그는 "오늘날 AI는 가장 뜨거운 분야로 역사상 시장이 단일 분야에 이토록 집착하고 성공에 의존했던 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AI의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샤르마 회장은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대규모 투자와 주가 급등이 뒤따랐지만 상당수는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단지 기술 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현재 높은 기업가치와 대규모 투자를 모두 정당화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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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 거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네 가지 과잉 현상을 제시했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과대평가(Overvalued)' △투자금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과도한 보유(Overowned)'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투자(Overinvested)' △차입에 의존해 투자를 늘리는 '과도한 부채(Overleveraged)'다.
특히 AI 거품과 관련해서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과잉투자를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AI 기술 분야의 설비투자 규모는 최근 3년간 4배 이상 증가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과거 '닷컴버블' 당시 수준을 뛰어넘은 6.3%에 달한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 비해 생산성 향상 효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과거 인터넷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기업들의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졌지만, 현재 AI 투자 확대에 따른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는 더디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수익 구조도 위험요인이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오픈AI나 앤트로픽같은 AI 개발사에 투자하고, 해당 기업들이 투자받은 자금으로 다시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른바 순환 자금조달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구조에선 최종 수요가 충분히 늘지 않더라도 기업간 거래를 통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과도한 부채 역시 거품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순부채는 지난 7월 기준 약 2500억달러(약 330조원) 수준이며,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과 장부상 누락된 금융거래까지 포함하면 향후 10년간 차입 규모는 약 3조달러(약 3970조원)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투자 구조는 금리 상승이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취약하다. 샤르마 회장은 과거 주요 자산의 거품이 붕괴하기 전 유동성 축소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기업 실적이 당장 악화하진 않더라도, 금리가 오르고 투자자들이 자금 공급을 줄이면 주가가 먼저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기업을 지원해 온 정부의 재정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하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결국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AI 거품이 붕괴할 경우 충격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이어졌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축소하면 한국과 대만, 일본 등 주요 반도체·장비 공급국이 먼저 영향을 받고, 이후 동남아시아의 제조업체와 원자재 수출국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한국은 AI 반도체 수요 감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영향을 주고, 반도체 수출 둔화와 증시 하락이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I 거품이 붕괴할 경우 충격은 과거보다 증폭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현재 AI 관련 성장과 소비가 투자 확대와 주가 상승에 크게 의존하는 데다, 전 세계 부채가 350조달러(약 46경 3000조원)에 이르고 있어 정부가 경기 부양이나 기업 구제에 나설 여력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샤르마 회장은 모든 거품이 같은 방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산업적 가치를 남기지 못한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장기침체를 초래한 것과 달리 AI는 혁신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산업과 성장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거품은 막대한 자본과 부채가 동시에 유입된 혁신 기술 분야의 '혼합형 거품'"이라며 "거품 붕괴의 충격은 크겠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보다 효율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