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인사이트] 중국, 반도체 전략

중국 정부가 개최하는 산업 박람회에서 26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독립 전시관을 만들었다. 반도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2~16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26회 중국국제공업박람회(CIIF)에서는 반도체 독립 전문 전시관이 마련됐다. 반도체만 따로 전시관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관련 전시에 참여한 기업도 지난해 87개 사에서 올해 300여개 사로 늘었다. 설계·제조·후공정·장비·소재 등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을 한자리에 모았다.
중국국제공업박람회는 중국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과학기술부,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상하이시 인민정부 등이 공동 주최하는 대규모 산업 박람회다. 국무원의 승인을 받은 산업 분야의 대형 전시회 가운데 유일하게 시상 제도를 운용한다. 특히 CIIF상은 국무원의 승인을 받은 국가급 전시회상으로 중국 산업계의 '오스카'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크다.
제품군 확대하는 中 반도체 장비 기업들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단일 장비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공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중웨이회사는 이번 국신전에서 고종횡비 식각 장비와 12인치 웨이퍼용 원자층 증착(ALD) 방식의 몰리브덴 장비를 선보였다. 복잡하고 고도화된 공정에 필요한 장비로 제품군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중웨이회사는 식각 장비를 중심으로 박막 증착·계측 및 검사·습식 장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3~5년간 세부 장비 100종을 개발하고 연구개발에 총 130억위안(약 2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베이팡화창도 식각·박막 증착·세정·이온 주입 등 여러 공정의 핵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 장비 기업들이 복수 공정에 대응하는 종합 장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웨이퍼 제조업체의 다양한 공정 수요에 대응하고 국산 장비의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웨이회사는 2026년 6월 말 기준 고급 반도체 장비 54종을 개발했으며, 8800개가 넘는 반응 장치가 중국 안팎의 220여개 생산라인에서 양산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생산라인도 포함된 수치지만, 장비 제품군 확대와 실제 생산라인 적용 사례를 보여준다. 중국 반도체 국산화 경쟁이 장비 자체의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신뢰성과 적합성을 확보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국산 장비의 생산라인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조기업과 장비 기업 간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이번 국신전에서 화홍그룹은 베이팡화창·중웨이회사·성메이상하이·화하이칭커 등 4개 장비기업과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력 분야는 박막 증착·식각·단일 웨이퍼 세정·화학기계적 연마(CMP) 등 반도체 전 공정의 핵심 장비를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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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력은 중국 국산 장비의 공정 적합성을 확보하고 성능을 개선해 생산라인 도입을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비를 개발해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공정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검증과 개선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美 제재에... 국산화율 높여가는 中 반도체 장비 기업들
카이위안증권의 추산에 따르면 2026년 중국산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CMP와 세정 장비가 각각 약 70%, 51%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건식 식각·박막 증착·열처리 장비는 각각 약 46%, 35%, 37%로 나타났다. 카이위안증권은 건식 식각·박막 증착·CMP 장비를 향후 수년간 국산화율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았다. 반면 노광·계측 및 검사·이온 주입·코팅 및 현상 장비는 기술 격차가 남아 있으며, 국산화율이 점차 10~20%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반도체 국산화가 전반적으로 진전되고 있지만 장비별 진척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CMP·세정 등 일부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국산화율을 확보한 반면, 식각·증착 등 핵심 공정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과제가 남아 있다. 노광과 계측·검사 등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에서도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검증이 필요하다.
파운드리와 칩 설계 도구 분야에서도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펑 화홍훙리 회장 겸 총재는 국신전 포럼에서 2026년 22㎚(나노미터) 초과 성숙 공정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약 79조 87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설계자동화(EDA) 분야에서도 중국산 도구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류웨이핑 화다주톈 회장은 자국 EDA 도구의 적용 비율이 30% 미만에서 85%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평판디스플레이·메모리·웨이퍼 제조 분야의 EDA 도구 국산화율은 각각 50%를 넘어섰으며, 국산 EDA 생태계 플랫폼의 주요 공정 노드 커버리지도 올해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생태계 협력 강화…공급망 안보가 배경
중국 반도체 국산화 확대에는 외부의 기술 통제에 따른 공급망 안보 수요와 내부 산업 고도화 수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정보 제조업 발전 관련 15차 5개년 계획'은 집적회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기술 개발을 강조하고, 고성능 프로세서·고밀도 메모리·고신뢰성 아날로그 및 혼합신호 칩 개발, 성숙 공정 고도화, 첨단 패키징·테스트 기술 개발과 적용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지난 8월 말 기자회견에서 신형 거국체제의 강점을 활용해 집적회로 핵심 기술의 돌파를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자율주행·산업용 로봇 등 수요 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도체에는 생산량 확대뿐 아니라 성능과 종류, 시스템 차원의 대응 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이번 국신전에서 AI 반도체 기업들이 선보인 초노드 시스템도 이러한 변화의 한 사례다. 초노드는 여러 칩과 서버를 연결해 연산 자원을 통합하는 시스템으로, 개별 칩의 성능뿐 아니라 칩 간 통신·메모리 대역폭·전력 소비·냉각 효율·소프트웨어 호환성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인즈야오 중웨이회사 회장 겸 총경리는 '국신전 고위급 포럼'에서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33조1300억원을 넘어섰으며, 중국 내 반도체 장비기업은 500~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장비는 칩 설계와 제조를 넘어 전자 시스템과 다양한 응용 산업을 뒷받침하는 만큼 향후 업계 통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과제는 생산과 수출 규모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 장비와 설계 도구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실제 생산라인 적용과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