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한국을 민주주의와 경제·안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로 여겨왔으나 최근 움직임을 두고 기존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한 외교관은 "한국은 사실상 우리와 생각이 같지 않다"라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러시아와 다시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한국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진 사례로 이달 한국 선사 팬스타그룹의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운항한 점을 주목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송 기간을 약 열흘 줄일 수 있지만 러시아의 폭넓은 협조가 필수적이다.
연료 수출 논란도 유럽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으로 지목됐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7~8월 한국에서 러시아로 17만6000t 이상의 연료가 운송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선박에 실렸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한국의 수출 통제가 느슨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군수품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를 러시아로 밀수출한 사건에서 2025년 2월 한국 기업 임원 2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집행유예 1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외교적 갈등을 겪은 것도 유럽 국가들의 경계심을 높인 배경으로 꼽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넘겼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한국은 비밀 유지 합의를 위반했다고 항의했고 우크라이나 주재 공관에서 외교관을 일부 철수했다.
FT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2025년 11월 크렘린궁의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와 비공개 회의를 열어 정치적 대화와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점, 과거 러시아 특사로 활동했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평화외교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점도 거론했다.
한국 외교부는 FT에 "한국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고 있다는 일부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외교부는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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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유럽 내에서 한국 방위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FT에 "유럽 정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여전히 무기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