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세계시장 질주" 고속철이 일낸다

"1000조 세계시장 질주" 고속철이 일낸다

김태은 기자
2010.03.25 09:12

[한국식 新제조업이 뜬다](2)한국형 고속철..도입 6년만에 첫 해외수출 눈앞

"한국이 입찰에 참여한 6개 국가 가운데 기술적으로나 계약조건상으로 가장 근접해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는 브라질 고속철 수주전에서 당사국인 브라질 정부가 최근 잇따라 한국을 지목했다. 육상교통국(ANTT) 국장과 정부 수석장관이 차례로 한국 컨소시엄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수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대로템 등 컨소시엄 참여 업체와 우리 정부는 섣부른 반응을 자제했지만 한국형 고속철의 첫 해외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한국이 고속철 기술 개발에 착수했던 때는 지난 1994년. 불과 16년 만에 세계 5위권내 기술을 보유한 고속철 강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고속철도 차량 제작 기술 뿐 만아니라 철도운행시스템 등에 정보통신기술(T)을 접목시켜 고속철 사업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망라된 융ㆍ복합산업으로 발전시켰다.

고속철 기술 개발에 착수하던 당시 국내 기술로 가능한 주행속도는 시속 150Km 수준에 불과했다. 프랑스와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무려 15년에 달했다. 고속철 사업의 첫 삽을 뜬 경부고속철도사업에서 국내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도 선로 설계와 시공 정도였고 전차선과 운영 유지보수 기술은 프랑스 알스톰사에 맡겨야 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 당시 한국 고속철 기술은 주요 선진국 대비 26.4%에 머물렀으나 기술개발을 완료한 2004년 시점에서는 88.3%까지 따라잡고 2008년에는 93% 수준으로 기술격차를 4년으로 좁혔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 자체 기술력으로 이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며 한국형 고속철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시대를 열었다.

◇세계 5위권 고속철 강국 반열 올라

현 시점에서 고속철 수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 중국, 한국 등에 불과하다. 고속철은 전동차량 뿐 아니라 신호와 통신, 건설, 운영 등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는 복합적인 사업이어서 이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KTX-II를 우선 호남.전라선 고속열차 190량에 실용화해 세계 5번째 고속철도 생산국에 진입했다. KTX-II는 최고속도 350km/h의 주행성능을 자랑하며 국산화율이 부품수 기준으로 92%에 육박한다.

KTX-II는 국내 상업운행에 앞서 이미 터키의 2단계 고속철 프로젝트에서 1단계 구간에 시험운행을 제안 받은 데 이어 2단계 입찰에 참여를 요청받기도 해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고속철 시스템 전체를 수출한 경험은 아직 없지만 분야별로는 여러 차례 수주에 성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05년부터 중국 고속철 공사 감리를 수차례 맡아왔고 지난해 7월에는 21억원 규모의 카메룬 국가철도 마스터플랜 컨설팅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은 국내 고속철 노반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고속철도 고가철도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전동차량 부문에서는 현대로템이 세계 시장 점유율 5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특히 브라질 전동차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세계 5번째 고속철도 개통국으로 승차권 관리 시스템과 화물열차 운영정보 시스템, 고속철도 통합정보 시스템 등 IT 기술과 접목된 통합운영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는 지금 고속철 바람

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속철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브라질이 추진하는 이번 고속철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193억달러 규모로 2015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전국을 연결하는 13개 권역의 고속철도망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총 862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역시 326억달러를 투자해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간 1630Km를 10시간에 주파하는 고속철도를 2020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며 태국도 고속철 4개 노선을 건설하기 위해 34억달러를 초기 투자해 2012년까지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와 리비아도 고속철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06년 세계철도연맹(UIC)가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철도시장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고 지난달 한국철도협회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도시장만 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상 초월하는 산업적 파급효과

교통연구원은 한국형 고속열차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2024년까지 총 24조3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조원 가량의 임금유발효과, 15만6782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산업 뿐 아니라 건설회사와 전력, 기계, 관련 부품업체까지 전후방 산업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현재 한국 컨소시엄의 수주가 예상되는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 성공하면 국내 차량업체들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이 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건설회사들은 약 15조원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단일 규모로 역대 해외건설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최근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공사 수주 규모를 초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속철도 사업을 통해 해당 국가의 인프라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간접효과까지 계산하면 고속철 사업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고속철도 건설 시 역세권 개발이 함께 이뤄지며 이러한 개발 사업에 한국 건설사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역세권 개발은 도시개발의 가장 중추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규모 뿐 아니라 기회라는 측면에서 중요도가 크다"고 말했다.

◇전담기구 통한 민관 협력 절실

한국형 고속철이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력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전담기구를 통해 민관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SYSTRA와 JARTS라는 국영기관을 설립하고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자국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1964년 신칸센이 개통된 이듬해인 1965년에 JARTS를 설립해 민ㆍ관ㆍ정이 공동으로 중장기적인 해외 수주 활동을 위해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해외 사업 컨설팅과 타당성 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70여개국과 400여 건의 기술협력을 수행했으며 대만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의 고속철도 수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8년 철도 해외진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철도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다각도로 지원키로 했다. 또한 사업발굴에 필수적인 초기 타당성조사 비용지원을 위해 시장개척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수출입근행과 수출보험공사의 금융지원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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