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ife]0→100km/h 단 3.8초… 오르막길도 평지처럼 내달린다

질주는 태곳적부터 간직해 온 인간의 본능이다. 사냥을 위해 대지를 달렸고 때론 맹수를 피해 달려야만 했다. 그래서 인간에게 질주는 곧 생존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필수품이 돼 버린 현대인들에게 질주는 더 이상 본능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SLS AMG는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질주 본능을 깨워준 차다. 차 때문에 잊혀진 본능이 차로 인해 다시 살아났으니 아이러니다. 아니면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해야 할까.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스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AMG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 언론 초청 시승회에서 뉴 SLS AMG와 첫 대면했다. 뉴 SLS AMG는 1950년대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자 개발한 전설적인 스포츠카 300SL의 순수 혈통을 이어받은 모델이다. 걸윙 도어(문이 위로 열리는 방식)도 그대로 계승했다.
시동을 걸자 엔진음이 그대로 전해 온다. 핸들에서 전해지는 떨림은 이내 심장으로 전달돼 맥박까지 빨라진다. 320km까지 표시된 속도계의 끝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본사를 빠져나오자 한적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뉴 SLS AMG의 질주 본능을 깨우기에는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다만 넘치는 힘은 급경사마저도 평지처럼 내달린다. 평지에서는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간다. 중력과 마찰력은 책에 적힌 단어에 불과했다.
코너링과 제동력 역시 수준급이다. 엔진이 보통 차량보다 가운데 위치하도록 설계, 앞과 뒤의 무게를 이상적(47:53)으로 배분한 덕분이다. 고성능 컴포지트 브레이크 디스크는 경주용 차량에 장착되는 부품을 기본으로 개발돼 제동능력이 탁월하다.
한참을 달려 아우토반을 만났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빛의 속도로 치고 나간다. 시속 100km까지 불과 3.8초 만에 주파하는 AMG 6.3리터 V8 프런트-미드 엔진의 힘이 느껴진다.
시속 120km를 넘자 트렁크 덮개에 장착된 에어로포일(aerofoil) 리어 스포일러가 저절로 펴진다. 차체가 더 낮게 깔리며 가속력이 배가 된다. 한번 힘을 받은 엔진은 시속 240km까지 무난히 내달린다. 걸윙 도어를 열면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진다. 차량 통행이 많은 탓에 더 속도를 높이기 힘들었지만 길만 허락된다면 300km까지도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뉴 SLS AMG는 모든 것이 질주 본능에 충실하다. 벤츠와 AMG 전 차종 가운데 처음으로 알루미늄 새시와 바디가 적용됐다. 특히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총 중량을 1700kg까지 낮췄다. AMG 스피드시프트 DCT 7단 스포츠 변속기는 취향이나 도로 사정에 따라 4가지 모드로 선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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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육중한 엔진음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벤츠 최초로 채택된 뱅&울룹슨 사운드 시스템과 11개의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1000와트의 출력은 엔진음을 잠재우기 충분하다.
2시간을 내달린 후 다시 본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비록 차의 시동을 껐지만 내 심장의 요동은 그 후로도 한참을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