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중경 라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장'

[기자수첩]'최중경 라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장'

정진우 기자
2011.08.16 09:02

# '최중경 라인'이란 게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인맥을 말하는 게 아니다. 2005년 최 장관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을 맡을 때 만들어진 말이다.

당시 달러당 '1140원'을 환율 마지노선으로 정부와 외환투자자 간 일전이 벌어졌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때 '1140원'을 시장에선 '최중경 라인'으로 불렀다.

올 초 지식경제부 장관 취임 후 또 다른 '라인'이 생겼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놓고서다. 이번엔 리터당 2000원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국의 기름 값이 2000원을 넘어선 안 된다는 최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

15일 현재 전국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48원(서울은 2119원)으로 '라인'에 근접해 있다. 일주일째 기름 값도 떨어지고 있다. 지경부는 자평했다. 최 장관의 기름 값 안정 노력 덕분이라고. 기름 값을 놓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네 탓' 공방을 펼쳤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보자"며 정부는 팔을 걷어 부치자 둘 다 꼬리를 내렸다. 공급가격을 낮췄고, 마진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물론 정부 개입에 반발도 했다. 최근엔 정도가 심해졌다. 기름 값의 절반인 세금은 안 내린 채 자영업자들만 옥죄고 있다고 했다. 유류세 인하 요구를 호도하기 위해 주유소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주유소협회는 실력행사에 나설 태세다. 어깨띠도 착용하고, 현수막도 걸겠단다. 궐기대회는 물론 동맹휴업도 고려중이다.

그렇다고 눈 하나 까딱할 최 장관이 아니다. 지난 12일 자가폴 주유소를 찾아 "정유사와 주유소들의 유통마진이 지나치게 커지는 부분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기름 값이 떨어져 '라인'지키기 노력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경부 안팎에선 "국민들이 흡족해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럴수록 신중해져야 한다. 무차별한 정부 개입은 궁극적으로 시장 질서를 훼손할 뿐이다.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유류세 인하'라는 업계 얘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라인'지키기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지 않았나. 불과 6년 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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