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딴 공정표·배병연군, 대학 대신 취업 택한 이유
2009년 3월 전북 남원용성고등학교에 두 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이들은 공부보다 노는 게 좋았다. 학교 성적은 인문계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해 전문계 고교로 들어갔다.
뭔가 만들고 부수고 조립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던 이들은 2학년이 되자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능 영재반에 들어갔다. 2010년 9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전국 기능경기대회 '모바일 로보틱스(Mobile Robotics,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에게 목표물을 찾아 운반하는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 종목(2인1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피나는 노력 끝에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9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41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과 MVP를 거머쥔 공정표, 배병연(19세) 군 얘기다. 이들은 올해 고3이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지난 8월 나란히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생산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기능올림픽을 재패한 이들은 왜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했을까. 무엇보다 남들 다 가는 대학에서 별 생각 없이 4년을 허비하는 게 싫었다고 한다. 빨리 사회에 나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맘이 간절했다.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타인의 삶'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하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배 군은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힘든 세상이다.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찾지 못해 고생한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며 "내가 소질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싶었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공 군 역시 "실력을 쌓는다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꼭 거쳐야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남들이 우러러 보는 간판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 현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대학에 가려고 하는 또래 친구들에게 할 말이 많다고 한다.
"대학을 그냥 가려고 하지 말고 한번쯤 자기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고, 어떤 게 나한테 맞는지 고민하고, 정말 원하는 길을 찾았다면 그걸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공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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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대학만이 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꿈이나 목표를 빨리 세우고, 그 목표만을 바라보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배병연)

이들은 앞으로 삼성에서 '대한민국 최고 기능인'이란 꿈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누가 뭐래도 간판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할 작정이다.
공군과 배군은 지난 15일 머니투데이 주최로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배 직장야구대회'에서 시구와 시타를 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이 런던 기능올림픽에서 쾌거를 이룬 이들에게 직접 부탁했다. 시구를 마친 배 군은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장관님이 야구장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마운드에 우리를 세워주신 건, 기능인들이 실력으로 사회에 우뚝 서기 바란다는 뜻일 겁니다. 그 뜻에 부응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