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 11억달러(약1조1000억원)의 초기벤처 투자용 펀드를 조성한다."
#2. "삼성전자, 미국 IT 심장부 실리콘밸리 정조준..1조원 쏜다".
지난 5일 국내외 주요 언론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한 소식들이다.삼성전자(179,700원 ▼400 -0.22%)가 1조원이 넘는 돈을 미국 창업초기 벤처, 그것도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모바일 분야의 창업기업에 투자한다고 하니 대단한 일로 보인다.
이런 뉴스는 사실(팩트)일까? 블룸버그, 씨넷 등 외신들을 포함해 다수의 언론들은 '주어'와 '목적어', '동사' 등 팩트를 구성하는 핵심 3요소를 잘못 전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초기 창업벤처에 대한 투자금액은 삼성전자가 투입하는 1억달러(약 1080억원) 정도이며, 이 자금은 현재 삼성벤처투자가 국내 펀드로 운영하고 있는 1조1000억원과 무관하다. 뉴스는 이 둘을 묶어 마치 미국에 1조1000억원 혹은 11억달러가 투자가 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얼마나?..1조 1000억원 vs 1억달러=지난해 8월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삼성전자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는 창업초기 기업을 적극 발굴, 육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손영권 SSIC 사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억 달러(약 1080억원)의 '삼성촉진펀드'를 조성해 스마트기기 시대의 앞선 초기 벤처를 육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팩트는 여기까지다.
여기에 부가설명으로 삼성이 현재 10억달러 규모의 벤처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면서 와전됐다. 일부 언론은 이번의 신규 1억달러에 삼성전자가 운용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를 합쳐 미국 내 벤처 발굴을 늘린다거나 '삼성전자가 11억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으로 잘못 전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삼성벤처스아메리카'라는 조직도,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10억달러의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벤처투자(SVIC)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펀드의 투자규모인 1조 1000억원이 삼성전자의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 10억달러로 둔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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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C의 1억달러와 삼성벤처투자의 1조 1000억원을 묶어 11억달러니, 1조 1000억원이니 하면서 잘못 전달된 것이라는 얘기다.
◇누가, 어디에?..실리콘밸리냐 vs 전세계냐=삼성벤처투자는 삼성 그룹 주요계열사가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이나 신기술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 14년 동안 누적 투자는 약1조원. 지금까지 25개의 펀드를 운용했고 그 가운데 9개는 청산하고 현재 16개의 펀드에 수천억원을 전세계 다양한 기업에 이미 투자하고 있다. 총 운용자금은 1조1000억원. 삼성전자가 11억 달러의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를 신규 조성하거나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이다.
삼성벤처투자의 역할은 삼성전자,삼성전기(434,000원 ▼23,000 -5.03%),삼성SDI(405,500원 ▲9,000 +2.27%), 삼성SDS 등 삼성 그룹 계열사가 필요로 하는 벤처에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제일모직,삼성정밀화학(51,800원 ▲200 +0.39%)등의 삼성계열사와 외부 출자사들을 위해서도 투자한다.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의 오해=삼성벤처투자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신기술 사업자'다. 신기술사업자는 국내나 해외 모두 투자가 가능하다.
삼성벤처투자는 미국에서 직접 만든 펀드가 없으며, 당연히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도 없다.
삼성벤처투자가 국내펀드로 미국 내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 때 국내 펀드 자금을 쓴다. 이를 삼성벤처아메리카펀드라고 누군가 부를지 모르지만, 실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벤처투자 경험이 많은 삼성벤처투자가 새로 시작하는 SSIC의 삼성촉진펀드와 관련한 업무 협업을 하는 정도의 역할이지, 투자나 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번 SSIC가 만든 펀드의 규모는 1억 달러인데도 삼성벤처투자가 한국 내에 펀드로 기 조성해놓은 1조 1000억원과 합쳐져 마치 11억 달러 전부가 실리콘밸리 중심의 벤처 투자에만 사용되는 것처럼 보도돼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런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 '국내 벤처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에만 올인한다'는 억측을 낳을 수 있고, 또 미국 입장에서도 "삼성이 미국에 1조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더니 결국 1000억원 정도 밖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뉴스가 팩트를 전달해야 하는 이유다.